
일본어라 뜻을 모르겠고
가사해석 찾다가
번역기만 돌리다 지쳤다면
딱 맞게 들어왔다.
결론부터 말한다.
킹누 아메산산은 응원가다.
그것도 비를 욕하지 않고
비를 끌어안는 희한한 응원가.
울적한 날 틀어놓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헹궈지는
그 정체를 지금부터 풀어본다.
1. 곡 기본 정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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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雨燦々 (아메산산) ✓아티스트 : King Gnu (킹누) ✓발매 : 2022년 7월 15일 ✓작사·작곡 : 츠네타 다이키 ✓쓰임 : 드라마 ‘올드루키’ 주제가 |
TBS 일요극장 ‘올드루키’의
주제가로 새로 써내려간 곡이다.
은퇴를 강요당한
전직 축구선수가
스포츠 매니지먼트로
제2의 인생을 더듬어 가는 이야기.
이 드라마 정서를 알고 들으면
가사가 두 배로 박힌다.
2. 제목에 숨긴 말장난
여기가 제일 재밌는 지점이다.
원래 ‘산산(燦々)’은
햇빛이 쨍하게 쏟아질 때
쓰는 단어다.
비나 눈물이 흐를 땐
보통 다른 한자 ‘潸々’을 쓴다.
그러니까 츠네타는
비한테 일부러 햇빛의 단어를
붙여버린 거다.
미소라 히바리의 명곡
‘아이산산(愛燦々)’을
떠올린 사람도 많을 텐데,
거기선 사랑이 쏟아지지만
이 곡은 비가 쏟아진다.
제목 한 줄에
‘비를 빛으로 보겠다’는
태도를 다 박아넣은 셈이다.
츠네타, 진짜 얄밉게 잘 쓴다.
3. 비는 시련이자 세탁기
가사 속 비는 두 얼굴이다.
하나는 갑작스러운 시련.
속보가 뜨고 소나기가 쏟아지는데
하필 우산도 없는 상황.
인생에서 사고는
늘 예고 없이 들이친다는
지독하게 현실적인 그림이다.
그런데 이 비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헤매며 사는 우리의
슬픔까지 물에 흘려보내는
정화의 비로 바뀐다.
목이 쉬도록 소리쳐도
빗소리에 묻혀 아무에게도
안 닿을지 모른다.
근데 어떤가.
속은 좀 후련해지지 않았나.
딱 그 위로다.
4. 녹슨 자전거의 정체
이 노래 최고의 장치는
단연 녹슨 자전거다.
번쩍이는 새 자전거가 아니다.
삐걱대고 녹슨, 그러나
끝내 페달을 밟는 자전거.
전성기를 지나
다시 출발선에 선
주인공 그 자체다.
빗속을 뚫고
기다리는 사람에게로
돌아가는 그 장면에서,
이 곡은 비로소 완성된다.
멈추지 않는 비는 없으니까.
구름 위엔 결국 태양이 있으니까.
유치할 수 있는 이 메시지를
킹누는 잔재주 없이
정면돌파로 밀어붙인다.
그래서 안 유치하다.
이게 실력이다.
5. 결국, 헹구고 다시 달리는 노래
킹누는 원래
어둡고 묵직한 곡을 잘 만든다.
그런 밴드가
이렇게 청량하고 직진하는 곡을
내놓은 것 자체가 사건이다.
이구치 사토루의 목소리가
잔잔하다가 한순간 터질 때,
인생의 굴곡이 그대로
소리로 그려진다.
비 오는 날,
혹은 뭔가 무너진 날.
그날 이 노래를 틀고
한 번쯤 젖어보길 권한다.
젖고 나면 묘하게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고 싶어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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