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바, 미 남동부 통신까지 노리는 감청 기지 가동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쿠바 아바나 인근 베후칼에 위치한 신호정보(SIGINT) 기지가 최근 2년간 대대적인 증·개축을 마치고, 원형 안테나 배열을 갖춘 통신 감청 시설로 사실상 완성됐다고 분석했다. 이 시설은 플로리다 해안에서 약 145km 떨어진 곳에 있어, 미 남동부 기지에서 발신되는 군사 통신과 카리브해·멕시코만 해역의 해군·상선 통신까지 삼각측량으로 추적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 냉전기에 운용하던 대형 감청 기지들과 유사한 구조로, 광범위한 주파수 대역에서 발신지 위치를 고정밀로 역추적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중국 정보기관 연루 의혹과 미·쿠바 긴장 고조
미국 정부와 의회 증언 등을 통해 쿠바 내 일부 정보 수집 시설이 중국 정보기관과 연계됐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CSIS는 베후칼 기지가 그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공개 자료만으로는 중국의 직접 관여를 단정할 증거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관리들이 “쿠바에 최소 세 곳의 외국 정보 수집 시설이 있다”고 시인한 상황이라, 워싱턴에서는 쿠바를 ‘중국·러시아와 연결된 서반구 정보전 거점’으로 인식하는 기류가 강해졌다. 백악관이 최근 행정명령을 통해 쿠바 정부를 새로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며 “미국의 민감한 국가안보 정보를 겨냥한 외국 적대 세력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규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트럼프의 ‘다음 표적’ 카드와 정치적 파장
베네수엘라·이란과의 전쟁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가, 쿠바를 다음 전선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 정보전 구도 때문이다. 미국 본토 남동부와 카리브해 인근에서 미군 통신을 겨냥한 감청·지휘·통제망이 형성되는 것은, 트럼프식 안보 관점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위협”으로 포장하기에 좋은 소재다. 쿠바 정권을 압박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정권 교체’나 해상·공중 봉쇄까지 거론하는 강경파 논리가 힘을 얻을 수 있는 토양이 이미 마련된 셈이다. 다만 쿠바에 대한 직접 군사 개입은 국제법·동맹·국내 여론 등 수많은 제약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는 제재·정보전·특정 시설 무력화 옵션부터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지원 전선은 오히려 확대
한편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줄이기는커녕,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PURL)’ 메커니즘을 통해 무기·탄약 지원 규모를 더 키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람슈타인 형식의 방위 연락 그룹 35차 회의에서는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에 10억 달러, 체코 경유 장거리 포탄에 5억 달러, 우크라이나 자체 드론·미사일 생산에 10억 달러 추가 지원이 합의됐다. 독일은 JUMPSTART 프로그램을 통해 별도로 2억 달러 상당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구매해 지원하고, 영국은 동결 러시아 자산에서 나온 수익으로 8억 유로가 넘는 방공·레이더·드론 장비를 제공할 계획이다. 일부, 특히 이탈리아처럼 국방비 상한과 에너지 비용을 이유로 참여를 거부하는 국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장기전 지원 체제’가 제도화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유로사토리에서 드러난 ‘포병·다연장 전쟁’의 현실
이와 동시에 파리 유로사토리 2026 전시회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부각된 다연장 로켓·장거리 타격 체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록히드마틴은 기존 M142 하이마스보다 두 배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고, PAC-3 요격미사일까지 같은 차체에서 발사 가능한 ‘HIMARS FLEX’를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한 차량에서 장거리 지상 공격과 방공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유럽 시장에서 이미 입증된 하이마스 플랫폼의 ‘멀티롤’ 진화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독일 합작 KNDS는 이스라엘 PULS 기반 MARS 3를 선보이며 독일군 도입 협상을 진행 중이고, 프랑스 탈레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X-Fire 다연장 시스템에 한화제 로켓·미사일을 통합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초점] 중국, 쿠바에 비밀도청소 설치 의혹…美·中 해빙 분위기 산통깨지나 - 글로벌이코노믹](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8ae2a520-8295-41e4-86bc-7e4c30e96ee3.jpeg)
미국의 ‘다중 전선’ 전략과 쿠바 변수
요약하면, 미국은
- 유럽에서는 러시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타격·방공망을 계속 공급하고,
- 인도·태평양에서는 중국 견제를 위해 필리핀·일본·호주에서 미사일 전개를 확장하며,
- 서반구에서는 쿠바·베네수엘라·이란을 묶어 ‘중·러와 연결된 적대 축’으로 규정하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쿠바의 베후칼 감청 기지와 동부 엘 살라오 의심 시설은, 이런 전략 속에서 “중국과 연결된 전방 정보전 플랫폼”이라는 레이블을 달게 되었다. 트럼프가 쿠바를 ‘다음 표적’으로 지목하는 순간, 이는 단순한 레토릭을 넘어, 쿠바를 둘러싼 정보전·제재·해상 통제 시나리오를 현실 정치 의제로 끌어올릴 수 있다.

‘표적’이 될수록 커지는 오판·확전 리스크
문제는 이러한 담론이 미국 내부 정치용 수사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정책과 군사 계획에 반영되기 시작할 때다. 쿠바 감청 시설을 중국·러시아와 묶어 “즉각 제거해야 할 위협”으로 규정할 경우, 사이버 공격이나 전자전, 심하면 제한적인 군사 타격까지 검토 대상에 올라갈 수 있다. 반대로 쿠바·중국·러시아는 이를 빌미로 서반구에서의 정보전·해군 활동을 확대할 명분을 얻게 된다. 베네수엘라, 이란에 이어 쿠바까지 ‘표적 국가’ 목록에 올려놓는 발언은, 미국의 전략적 피로도와 동맹 관리 부담, 그리고 우발적 충돌·오판 위험을 모두 키우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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