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라박섬에 상륙한 하이마스
최근 필리핀 남서부 끝단 발라박섬 해변으로 미 육군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즉 하이마스(HIMARS) 발사대가 상륙정을 타고 올라오는 장면이 연합훈련에서 연출됐다. 겉으로는 단순한 장비 전개 훈련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인도·태평양 전쟁 개념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화면이다. 과거처럼 항모전단과 대형 공군기지에만 의존하는 대신, 작은 섬을 따라 미사일 트럭을 흩어 배치해 중국 함정의 움직임을 상시 감시·타격권에 두겠다는 발상이다.

왜 하필 필리핀·발라박인가
발라박섬은 미국과 필리핀이 체결한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통해 미군이 접근권을 확보한 주요 거점 중 하나다. 이 섬은 중국이 인공섬과 군사 기지를 집중시킨 스프래틀리(난사) 군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남중국해로 드나드는 중국 해군 함정과 보급선의 필수 통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여기에서 운용되는 레이더·감시체계·미사일은 중국 함대가 남중국해 깊숙이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문턱’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가라앉지 않는 항모’ vs ‘섬 속 미사일 트럭’
중국은 지난 수년간 암초를 매립해 활주로·레이더·미사일 기지를 올린 대형 인공섬을 남중국해 곳곳에 만들며, 이른바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을 구축해왔다. 여기에 대응해 미군이 꺼내 든 해법이 바로 섬 정글에 위장한 육군 미사일 트럭이다. 항모전단처럼 크고 움직임이 제한된 표적 대신, 수십·수백 개 섬에 분산 배치된 소형 이동식 발사대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은 중국군 입장에서 작전 난도를 크게 끌어올린다. 레이더·위성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선제 타격하기가 훨씬 까다로운 구조다.

하이마스·프리즘이 여는 ‘지상 기반 해상봉쇄’
하이마스 발사대에 기본형 유도로켓을 넣으면 수십 km 범위의 해협을 봉쇄하는 국지적 타격 수단이 된다. 그러나 차세대 정밀타격미사일인 프리즘(PrSM)을 탑재하면 사거리가 500km 이상으로 늘어나, 스프래틀리 인공섬의 활주로와 방공포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변한다. 이 경우 중국의 남중국해 전초기지는 평시 감시 대상에서 유사시 즉각 타격 목표로 바뀌게 되고, 미 육군은 섬에서 섬으로 이동하며 ‘지상 기반 해상봉쇄망’을 구축하는 핵심 축이 된다.
![단독] 주한미군 일부 부대, 한국 벗어나 필리핀서 다국적 훈련](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6/CP-2025-0398/image-987b43e2-1c21-4a5d-a59d-406a3236df48.jpeg)
타이폰 체계가 더하는 전략적 압박
여기에 미 육군이 최근 필리핀에 전개한 중거리미사일체계 ‘타이폰(Typhon)’까지 더해지면, 위협의 스케일은 한 단계 더 커진다. 타이폰은 트레일러 형태의 이동식 발사대로, 200km급 대함미사일뿐 아니라 사거리 1,600km 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까지 발사할 수 있다. 발라박·루손 등 필리핀 여러 섬에 타이폰이 분산 배치될 경우, 중국의 연안 해군기지와 남중국해 방면 함대, 일부 본토 목표까지도 지상 발사 미사일로 압박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해군의 바다’에서 ‘육군의 섬 전장’으로
이런 변화는 인도·태평양 전장을 전통적인 해군 중심에서, 육군의 바퀴 달린 미사일 트럭이 뛰어다니는 섬 전장으로 바꾸고 있다. 대양 한가운데서 함대끼리 결전을 벌이던 모델 대신, 수많은 섬을 점·선·망으로 연결해 미사일, 레이더, 드론을 배치하는 방식이 미·중 경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필리핀은 그 가운데서도 남중국해와 태평양을 잇는 ‘요충지’로, 미국이 중국 군함을 들여다보고 막아세우기 위해 선택한 전진 기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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