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구상하는 VLS 탑재 차세대 잠수함
일본 방위성은 2024년 ‘방위능력 근본적 강화 전문가 패널’을 만들고, 3대 안보 전략 문서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검토했습니다.
이 전문가 그룹이 낸 보고서에서 핵심 제안 중 하나가 “수직발사장치(VLS)를 장착한 신형 잠수함 도입”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잠수함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수직 발사할 수 있는 새로운 급의 잠수함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이 잠수함이 근해 방어용이 아니라 장시간 잠항·장거리 항해가 가능한 플랫폼이어야 하며, 중국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장거리 미사일 운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표현 자체가 “원양까지 나가 장거리 타격을 할 수 있는, 상당히 큰 잠수함”을 상정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핵추진 잠수함을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가 됐습니다.

‘차세대 추진 시스템’ 표현이 불러온 핵추진 추측
보고서 문구는 추진 방식에 대해 “차세대 추진 시스템”이라고만 적었고 구체적인 방식은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전문가 그룹은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차세대 추진 시스템을 활용해 장시간 잠항·장거리 항해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디젤-전기나 기존 AIP(공기불요 추진) 수준으로는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한 표현입니다.
일본 내 군사 분석가들, 특히 다카하시 고스케 같은 인물들은 이런 문구를 “핵추진 잠수함까지 포함할 수 있는 넓은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방위성 관계자도 기자회견에서 차세대 추진 시스템은 “고체 배터리와 연료전지를 주로 의미한다”고 설명하면서도, 핵추진 잠수함 도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어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진 않는다”고 답해 논란을 키웠습니다.

타이게이급을 넘어서는 크기·전력 요구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의 최신 디젤 잠수함은 타이게이급입니다.
타이게이급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고효율 디젤 추진을 통해 소류급보다 성능을 높였지만, 선체 크기와 전력 공급 능력은 핵잠수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문제는 “수중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VLS”를 본격적으로 탑재하고, 동시에 고출력 소나·각종 무인잠수정(UUV)·통합전장 시스템까지 실어 나르려면, 단순히 기존 선체에 발사관 몇 개를 붙이는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다카하시는 “이런 요구를 만족하려면 선체는 현재보다 훨씬 커져야 하고, 추가적인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는데, 세계적으로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잠수함의 상당수가 핵추진이라는 사실이 “핵잠수함 논란”을 더욱 자극했습니다.

방위성이 고체 배터리·연료전지를 강조했음에도
방위성은 차세대 추진 기술이란 표현이 “주로 고체 배터리와 연료전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은 이미 리튬이온 배터리를 타이게이급에 적용한 경험이 있고, 고체 배터리와 연료전지는 에너지 밀도·안전성·수명 측면에서 장점을 지녀, 디젤-전기 잠수함의 잠항·항해 능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 일본의 헌법·정치 환경, 핵추진 기술의 민감성을 고려하면, 당장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방위성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추진 가능성에 대해 “배제한다”고 선을 긋지 않고 “모든 가능성은 열어놓고 연구한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은 점, 그리고 보고서가 중국 대응과 장거리 잠항을 반복해서 언급한 점이 언론·여론에게 “핵잠수함 검토의 여지가 있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동북아 잠수함 경쟁 환경이 의심을 키운 배경
논의가 나온 시점의 전략 환경도 “핵잠수함 아니냐”는 반응을 키우는 배경입니다.
중국은 094형 SSBN, 093B형 SSGN, 09V형 신형 잠수함 등 탄도미사일·유도미사일 잠수함 전력을 빠르게 확대하며 서태평양에서 잠수함 기반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추진 잠수함 전력을 전진 배치하고, 호주·영국과 AUKUS 협정을 통해 호주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면서 “잠수함 기반 억지력”을 중시하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중국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VLS 탑재 신형 잠수함, 장시간 잠항·장거리 항해, 차세대 추진 시스템”을 한꺼번에 언급하면, 자연스럽게 “일본도 잠수함 경쟁의 한 축으로 올라서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릅니다.
일본 내 일부 보수층·국방 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핵추진 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 온 만큼, 이번 보고서가 그런 논의를 제도권으로 조금 더 끌어온 시그널로 읽히는 면도 있습니다.

실제 핵잠수함일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 평가
현재 공개된 정보만 기준으로 보면, 일본이 공식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한다”고 결정하거나 발표한 상태는 아닙니다.
방위성은 “차세대 추진”의 구체적 기술로 고체 배터리·연료전지를 우선 언급했고, 현실적으로는 디젤-전기 + 고체 배터리·연료전지 결합 방식의 고성능 재래식 잠수함이 1차 목표인 것으로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다만 중국·호주·미국이 핵잠수함 전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는 가운데, 일본 내부 일부에서는 장거리·원양 작전까지 고려한 “진정한 장기 잠항 능력”을 위해 핵추진 옵션을 연구 차원에서라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리하면, 공식 정책·사업 수준에서는 비핵 차세대 추진이 중심이지만, 전략·학계 논쟁 수준에서는 핵잠수함 옵션을 둘러싼 논의가 점점 공개적으로 부상하는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 차세대 잠수함 논의의 관전 포인트
다카하시 등은 차세대 잠수함 건조 논의가 2028년 예산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단기적으로는 VLS 탑재 여부, 장거리 미사일 종류, 고체 배터리·연료전지 성숙도, 선체 크기·전력 시스템 설계 등이 기술·예산·정치의 교차점에서 논쟁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기적으로는 중국 잠수함 증강과 AUKUS 진전, 일본 국내 여론·헌법·원자력 정책 변화에 따라 핵추진 옵션이 전략 보고서나 학술 논의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등장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결국 일본 차세대 잠수함을 둘러싼 “핵잠수함 논란”은, 일본이 잠수함을 단순 해상 방어 자산이 아니라 원양·장거리 타격 수단으로 점점 더 인식하고 있다는 전략적 방향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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