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소스가 포착한 ‘초대형 취업 사기 작전’
미국 버지니아주에 기반을 둔 사이버 보안·정보 분석 업체 니소스(Nisos)는 최대 22명 규모의 북한 연계 위장 취업 집단을 추적한 끝에, 이들의 활동 실태를 정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조직은 2024년 말부터 2025년까지 미국 테크 기업을 집중적으로 겨냥해, 인력 공급·채용 플랫폼과 기업 채용 시스템을 대상으로 대규모 취업 사기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단순한 ‘스팸 지원’ 수준을 넘어, 역할 분담과 계층 구조를 갖춘 집단이 체계적으로 지원서 작성, 면접 대응, 채용 제안 확보까지 전 과정을 관리한 점이 특징이다.
니소스는 이들이 북한 정권과 연계된 외화벌이 및 정보 접근 작전의 일부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관련 정황을 미국 수사당국과 공유하고 있다.
1인당 7500여 건 지원, 수십 건 채용 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위장 취업 요원 한 명이 작성한 입사 지원서는 평균 약 7586건에 달하며, 이 과정에서 약 984건의 면접을 담당하고 35건의 채용 제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조직 전체로 보면 최대 22명이 활동하며, 미국 기업에 최소 16만 6893건의 지원서를 제출했고, 2만 1645회 이상의 면접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4년 12월부터 이듬해 9월 사이에만 “최소 76건의 채용 제안을 확보했다”는 추정이 나올 정도로, 물량 기준으로는 전례 없는 취업 사기 작전 규모다.
이는 AI 지원 도구를 활용해 대량 자동화를 구현한 덕분에, 과거 같으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수준의 지원과 면접 참여가 가능해졌음을 보여준다.

테크 기업 집중 공략, 업종별 침투 패턴
니소스 보고서는 입사 제안을 받은 기업 유형 가운데 테크 기업 비중이 약 42.6%로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컨설팅 회사, 의료 서비스 업체, 금융 서비스 기업 등이 주요 타깃으로 나타나, 데이터와 시스템 접근 권한, 고수익 원격 업무가 가능한 업종이 집중 공략 대상이 된 양상을 보였다.
특히 아마존, 구글 등 미국 빅테크를 포함한 클라우드·플랫폼 기업의 채용 시스템은, 방대한 지원자 처리 과정에서 위장 취업 요원의 필터링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구조적 취약점을 갖고 있다.
업계에선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북한 최고 지도자를 모욕하는 발언을 요구해 반응을 보라”, “업무 외적인 일상 질문을 던져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답변을 회피하는지 보라”는 식의 비공식 ‘위장 취업 감별 팁’이 공유될 정도다.
AI·신원 도용·노트북 팜 동원한 정교한 위장
니소스는 이 조직이 관리자, 매니저, 팀 리더, 외부 협력자 등으로 구성된 공식적 조직 구조를 유지하며 활동했다고 밝혔다.
각 요원은 도용한 신원 정보와 위조 서류를 기반으로 온라인 프로필을 만들고, AI를 활용한 자기소개서·이력서 작성, 면접 답변 생성 등을 통해 실제 지원자처럼 보이도록 꾸몄다.
채용 과정에서 적발되지 않기 위해 억양 훈련 애플리케이션으로 영어 발음을 다듬고, 음성 변조·영상 필터 등 기술을 활용해 화상 면접에서 얼굴·목소리의 위화감을 줄이는 기법도 동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격 접속 기술과 ‘노트북 팜’(여러 대의 노트북을 분산 사용해 접속 흔적을 숨기거나 분산하는 방식)을 함께 활용해, 접속 위치·기기 정보 추적을 어렵게 만든 것도 주요 전술로 꼽힌다.

미국 현지인 조력과 암호화폐 보상 구조
조직의 활동 과정에서 미 현지인들이 조력자로 참여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현지인은 본인 신원이나 계정, 은행·결제 정보를 제공하고, 실제 급여 수령·세금 신고 등 ‘겉으로 보이는 고용 관계’를 대신 처리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가로 조력자들은 암호화폐로 보상을 받으며, 북한 연계 조직은 국제 제재 체제를 피해 자금을 이전하는 채널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 같은 ‘합법적 고용 위장 + 암호화폐 보상’ 방식은 자금 흐름과 고용 관계를 겉보기에는 정상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기업·당국의 단기 추적을 더 곤란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니소스 CEO가 경고한 ‘새로운 사이버 작전’
니소스 라이언 라살르 CEO는 인터뷰에서 “구직 횟수에 비해 실제 채용되는 비율이 낮더라도, AI 도구 덕분에 엄청난 수의 일자리에 쉽게 지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음성 변조, 딥페이크 영상 등 기술이 면접 단계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며, 전통적인 이력서·전화 인터뷰 기준의 검증 체계로는 위장 취업을 가려내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 라살르는 “북한의 취업 사기는 인간적 기만, 기술적 수법, AI 기반 전술을 결합한 고도로 조직화되고 확장 가능한 작전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 행위자들이 더 이상 전통적인 사이버 범죄만에 의존하지 않고, 겉으로는 합법적인 고용 관계를 통해 급여와 시스템·데이터 접근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어 특히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제재 회피, 정보 접근, 기업 보안에 남긴 과제
북한 위장 취업 조직의 활동은 국제사회 제재 속에서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확보하려는 새로운 외화벌이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미 주요 안보 이슈로 떠올랐다.
동시에 이들은 실제 기업 내부에까지 침투해 시스템·데이터·소스코드 접근 권한을 얻을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려 시도하고 있어, 단순한 ‘취업 사기’에 그치지 않는 정보·사이버 안보 위협으로 간주된다.
원격·하이브리드 근무가 확산된 환경에서 기업들은 글로벌 인재 확보와 다양성 확대를 목표로 채용 장벽을 낮추고 있지만, 그만큼 검증 과정의 보안 리스크가 커진다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결국 북한의 위장 취업 사례는, AI와 분산형 노동시장 시대에 ‘채용 보안’을 새로운 사이버 방어 축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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