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나라가 “이름 없는 별” 블랙 요원들 전사자들을 기억하는 방법

오버히트 조회수  


국가가 ‘이름 없는 별’을 기억하는 방식

멕시코 치와와주 교통사고로 숨진 미국 정보요원 두 명의 사례는, 국가가 비밀 요원을 어떻게 다루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사고 직후까지 ‘정체를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로 남았고, 나중에야 CIA 연계 인물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 명은 관광객 신분으로 입국한 상태였고, 멕시코 정부는 “공식 작전 권한이 없는 요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죽음은 외교 갈등과 주권 논란만 남긴 채, 개인으로서의 이름과 삶은 공문서 어디에도 제대로 새겨지지 못했다. 존재했지만,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전형적인 블랙 요원들의 최후였다.

서소문사진관] 美

‘M’으로만 남는 모사드, 이름 대신 서사를 준다는 것

같은 시기 이스라엘에선 다른 선택이 이루어졌다. 모사드 수장 다비드 바르네아는 전몰자 추모 기간 연설에서, 이란 관련 비밀 작전 중 사망한 요원을 ‘M’이라는 암호명으로 언급했다. 그는 M이 이란 핵·미사일 정보망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지만, 실제 이름과 구체적 임무는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정체는 숨겼지만, 존재와 공로는 국가 차원에서 공식 인정한 셈이다. 모사드는 이름 대신 이야기로 그를 남겼고, 이 방식은 ‘국가가 익명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억을 보장하는 한 방식’으로 기능한다. 서사가 곧 보상은 아니지만, 최소한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된다.

국정원50주년> ①총성없는 정보전쟁 첨병들 | 연합뉴스”><br />
</figure>
<h1 class=회색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 그레이 맨의 숙명

정보요원은 직업상 스스로를 ‘흔적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훈련을 받는다. CIA에서 ‘그레이 맨’ 훈련이라 부르는 과정은, 붐비는 식당 한가운데 앉아 아무도 주목하지 못한 채 5분을 버티는 연습으로 시작된다. 물 한 잔을 받아도 눈에 띄면 실패다. 1930년대 중국 국민당 비밀조직 ‘남의사’가 남색 제복을 입고 군중 속에 숨어들었던 것도 비슷한 원리다. 군중과 섞이는 색, 군중과 섞이는 행동, 군중과 섞이는 언어를 통해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기본 생존법이다. 평범함을 가장한 비범함, 눈에 띄지 않는 존재감이 곧 생존 조건이 되는 세계다.

노트북을 열며]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미래 | 중앙일보

익명성은 방패이자, 부인의 도구이기도 하다

이처럼 익명성은 요원과 가족, 협력자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다. 신분이 드러나는 순간 본인뿐 아니라 주변인까지 보복과 감시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신원 보호는 곧 생존권과 직결된다. 그러나 이 방패는 동시에 국가가 필요할 때 “그런 사람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이기도 하다. 이름이 없는 사람은 공식 기록에서도 없는 사람으로 처리되기 쉽다. 보호를 위해 숨겨진 신원은,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지워질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 익명성이 ‘보호’와 ‘부인’ 사이 어디에 서 있는지, 그 경계는 늘 모호하고 불안하다.

정보사 군무원, '中에 블랙요원 명단 유출'로 징역 20년 확정

북한에 끌려갔다 돌아온 B, 돌아온 뒤에도 환영받지 못한 이유

1990년대 중반, A국에서 블랙 요원으로 활동하던 B의 실종 사건은 익명성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조직은 그의 가족에게 “여자 문제와 개인 부주의로 사업 자금을 탕진하고 사라졌다”는 설명을 전했다.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가족은 어디에도 항의할 수 없었고 사실을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그러나 8개월 뒤, B는 A국에 갑자기 재등장한다. 그는 사무실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갔다고 증언했고, 머리·얼굴·갈비뼈·어깨에 남은 상처가 치열한 저항과 폭력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북한에서 한 달 가까이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는 서술은 최소한 그가 단순 잠적자가 아니었음을 뒷받침한다.

4만3808명 영웅을 기억에 새겼다, 美 한국전 '추모의 벽' 준공

돌아온 뒤의 조사와 추문, 어느 편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회색 인간

그러나 귀환 이후 B를 기다린 것은 환영이 아니라 또 다른 의심과 조사였다. 그는 여러 기관을 전전하며 두 달 가까이 조사를 받았지만, 왜 북한이 그를 돌려보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사건은 공식 기록에서 ‘미인계에 의한 역용 공작 실패 사례’ 정도로 소비됐고, B는 직을 떠나야 했다. 그는 “내 주변 사람들의 인적 사항은 북한 정보기관 파일에 영원히 남을 것이고, 나는 누구도 지켜주지 못했다”고 말하며 깊은 죄책감과 배신감을 토로했다. 북한에서도, 서울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그는, 군중 속에서 스스로를 지우던 그레이 맨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회색 인간’으로 남게 됐다.

유동열의 스파이 세계] 美 CIA(중앙정보국)의 '추모 별'

CIA의 별과 모사드의 서사, 그리고 한국의 ‘침묵의 전통’

국가마다 익명 요원을 기억하는 방식은 다르다. 미국 CIA 본부에는 이름 대신 별 모양으로 표시된 추모의 벽이 있어, 사라진 요원들의 존재를 상징적으로 남긴다. 별 하나에 한 사람의 삶이 대응되지만, 이름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은 영화·소설·공식 추모 행사에서 모사드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정보를 국가적 서사 속에 통합해 왔다. 바르네아가 암호명 ‘M’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 서사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반면 한국 정보기관은 오랫동안 ‘무반응·비공개’를 기본 태도로 삼아, 공작원의 존재를 공론장에서 다루는 데 매우 인색했다. 정보요원이라는 직업 자체가 사회적 인식에서 투명인간에 가깝게 취급돼 온 것이다.

정보수집·역공작에 목숨건 비밀요원… 위성·AI 등 사이버戰으로 영역 확대[Who, What, Why](문화일보)

‘이름 없는 별’이 던지는 질문,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최근 조용히 진행되는 ‘이름 없는 별 달기’ 움직임은 이런 침묵의 문화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기억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사람들을 별·번호·기호 등으로라도 기리고자 하는 시도는, 익명성과 기억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작은 몸부림이다.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숨기고 얼마나 공개할 것인가”가 아니라, “익명성을 요구한 국가가 그들의 삶과 희생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있다. 정보활동에서 이름을 지우는 것이 불가피한 조건일 수는 있지만, 그 이름이 사라졌다고 해서 국가의 도의적·법적 책임까지 사라져선 안 된다. 결국 ‘이름 없는 별’을 어떻게 대우하느냐가, 그 나라가 인간의 존엄과 국가의 약속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된다.

author-img
오버히트
content@viewus.co.kr

댓글0

300

댓글0

[AI 추천] 랭킹 뉴스

  • "나이 들면 필수!" 막힌 뇌혈관 뻥 뚫어주는 천연 혈관 청소부 음식 5선
  • 여성 승무원들이 남자 부기장 알몸 촬영해 단톡방에서 공유…’일파만파’
  • "말투도 옷차림도 아니다" 65살 넘어 어디서든 대접받는 사람의 특징 1위
  • “심지어 고장도 없어요.." 연비 32.3km/L 수입차, 가격이 겨우 1,200만 원?
  • "다이소에서 3,000원이면 끝납니다" 창문 시공업체 부르기 전에 보세요
  • "세균 득실거리는데.." 한국인 90%가 여름에 싱싱하다고 생으로 먹는 음식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여성 승무원들이 남자 부기장 알몸 촬영해 단톡방에서 공유…’일파만파’
    여성 승무원들이 남자 부기장 알몸 촬영해 단톡방에서 공유…’일파만파’
  • 장바구니 들 때 손 풀린다면? 식탁에서 커피 마시며 손목 깨우는 동작 3
    장바구니 들 때 손 풀린다면? 식탁에서 커피 마시며 손목 깨우는 동작 3
  • 제주서 휴가중인 연예인…괴한이 칼들고 살해하려 뛰어오자 도주 ‘충격’
    제주서 휴가중인 연예인…괴한이 칼들고 살해하려 뛰어오자 도주 ‘충격’
  • 매일 남을 웃기던 김창옥이 혼자 포도밭에서 오열한 이유
    매일 남을 웃기던 김창옥이 혼자 포도밭에서 오열한 이유
  • 유시민 “李대통령, 尹과 닮았다”라고 말하며 예언한 충격적인 다음 지지율
    유시민 “李대통령, 尹과 닮았다”라고 말하며 예언한 충격적인 다음 지지율
  • 찜질방에서 일하며 생계 유지한 무명 여배우…손님에게 갑질당해 뺨 맞아 ‘논란’
    찜질방에서 일하며 생계 유지한 무명 여배우…손님에게 갑질당해 뺨 맞아 ‘논란’
  • 실제 이름도 ‘백수’여서 20년 넘게 무명 배우였던 연예인의 반전 근황
    실제 이름도 ‘백수’여서 20년 넘게 무명 배우였던 연예인의 반전 근황
  • 김숙이 밥먹자고 하자… 겁먹은 남자 방송인
    김숙이 밥먹자고 하자… 겁먹은 남자 방송인
  • 청와대에서 대통령 3명 경호하다 사표내고 연예계 진출한 여배우
    청와대에서 대통령 3명 경호하다 사표내고 연예계 진출한 여배우
  • 남편 몰래 2년간 유명 성인 배우로 활동한 유부녀 여성
    남편 몰래 2년간 유명 성인 배우로 활동한 유부녀 여성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여성 승무원들이 남자 부기장 알몸 촬영해 단톡방에서 공유…’일파만파’
    여성 승무원들이 남자 부기장 알몸 촬영해 단톡방에서 공유…’일파만파’
  • 장바구니 들 때 손 풀린다면? 식탁에서 커피 마시며 손목 깨우는 동작 3
    장바구니 들 때 손 풀린다면? 식탁에서 커피 마시며 손목 깨우는 동작 3
  • 제주서 휴가중인 연예인…괴한이 칼들고 살해하려 뛰어오자 도주 ‘충격’
    제주서 휴가중인 연예인…괴한이 칼들고 살해하려 뛰어오자 도주 ‘충격’
  • 매일 남을 웃기던 김창옥이 혼자 포도밭에서 오열한 이유
    매일 남을 웃기던 김창옥이 혼자 포도밭에서 오열한 이유
  • 유시민 “李대통령, 尹과 닮았다”라고 말하며 예언한 충격적인 다음 지지율
    유시민 “李대통령, 尹과 닮았다”라고 말하며 예언한 충격적인 다음 지지율
  • 찜질방에서 일하며 생계 유지한 무명 여배우…손님에게 갑질당해 뺨 맞아 ‘논란’
    찜질방에서 일하며 생계 유지한 무명 여배우…손님에게 갑질당해 뺨 맞아 ‘논란’
  • 실제 이름도 ‘백수’여서 20년 넘게 무명 배우였던 연예인의 반전 근황
    실제 이름도 ‘백수’여서 20년 넘게 무명 배우였던 연예인의 반전 근황
  • 김숙이 밥먹자고 하자… 겁먹은 남자 방송인
    김숙이 밥먹자고 하자… 겁먹은 남자 방송인
  • 청와대에서 대통령 3명 경호하다 사표내고 연예계 진출한 여배우
    청와대에서 대통령 3명 경호하다 사표내고 연예계 진출한 여배우
  • 남편 몰래 2년간 유명 성인 배우로 활동한 유부녀 여성
    남편 몰래 2년간 유명 성인 배우로 활동한 유부녀 여성

공유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