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군, 왜 1년짜리 ‘군 체험’에 돈을 거나
영국 의회·정부가 2025년 전략방위검토(SDR)에서 가장 심각하게 지적한 문제는 “병력 부족과 지원 급감”이다. 영국 육군 규모는 2010년 10만 명이 넘었다가 2024년 7만3천 명 수준까지 줄었고, 그 가운데 실제로 언제든 해외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전투병력은 그보다 훨씬 적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러시아·중국·중동 위기 속에서 나토 내 역할을 유지해야 하지만, 정규 모병(4~12년 계약)만으로는 인력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호주처럼 ‘갭이어(군 휴학·체험)’식 1년짜리 군 복무를 새 통로로 열어, “정규 장기복무 전 단계 경험”을 제공하자는 구상이 정책으로 채택됐다.

1년짜리 군대 체험 프로그램, 구조는 어떻게 되나
영국 정부가 준비 중인 1년 군 복무 체험 프로그램은 완전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 단기 계약’이다.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상은 주로 고등학교를 마친 뒤 진학·취업을 고민 중인 18~24세 청년으로, 육·해·공 중 한 군을 선택해 입대한다. 둘째, 1년 동안 기초군사훈련과 함께 물류·공학·사이버·통신 등 비전투 분야 실무 교육 위주로 배치된다. 셋째, 프로그램 종료 후 본인이 원할 경우 정규군(장기 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민간 취업으로 나가도록 설계한다. 정부는 2026년 전후로 150명 내외 파일럿으로 시작해, 성과에 따라 1천 명 이상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 2만6천~3만 파운드, 왜 “6천만 원 군대”로 보이나
보도에 따르면 1년 체험 참가자 보수는 신규 병사 연봉을 기준으로 연 2만6천 파운드(약 5천만 원) 안팎에서 책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군 복무 중 제공되는 숙식·의료·연금 기여분·각종 수당까지 감안하면, 한국 돈으로 체감 보상은 연 5천만~6천만 원 수준이 될 수 있다. 영국 국방부는 이 프로그램을 “군 경험과 함께 민간 취업에 경쟁력을 높이는 ‘유급 갭이어’”로 포장하며, 사이버 방어·드론 운용·네트워크 보안 같은 미래 기술 훈련이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군대에서 1년 동안 후방 지원·기술교육만 받고도 중소·중견기업 초봉 수준 연봉과 복지 패키지를 받는 셈이라, “한국에선 당연한 의무인데 영국에선 돈을 주고 모셔가는 자리”라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징병제 없는 영국, 왜 ‘군대 갭이어’에 기대나
영국은 2차대전 이후 1949년부터 1960년까지 남성 대상 국군의무(National Service)를 시행했지만, 1963년 마지막 병사가 제대한 이후 완전 직업군인 제도로 전환했다.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징병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정치적 논쟁이 있었지만, 최근 리시 수낵 전 총리가 제안했던 의무적 ‘국가봉사제’조차 여론조사에서 60% 이상 반대에 부딪혔다. 강제 징병은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정부·군은 청년들이 “1년쯤이라면 해볼 만하다”고 느끼도록 유인·보상·경력 연계를 설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한국처럼 헌법과 병역법으로 징병을 강제하는 구조와는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국인이라면 당장 간다”는 말의 전제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국 청년이라면 저 조건이면 당장 지원하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대부분의 남성이 이미 18~21개월 의무복무를 하며 월 100만~130만 원 수준 급여만 받는 구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 기준에서 보면, 1년 동안 비교적 안전한 후방·기술 분야에서 훈련을 받고 연 5천만 원 이상 보상을 받는 영국 프로그램은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영국 국방부가 ‘비(非)영국·비EU 시민까지 폭넓게 모집할지’, 안보·언어·법적 요건을 어떻게 설정할지 등 변수들이 많다. 현재 알려진 그림은 기본적으로 영국(또는 영연방) 청년을 주 대상으로 한 제도로, 한국 등 제3국 청년의 참여 가능성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실제로 효과 있을까: 병력·기술 인력 동시 확보 시험대
전문가들은 1년 군 체험 프로그램이 병력난·기술 인력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는다. 긍정론은, 짧은 기간이라도 군 조직을 경험한 청년들 중 일부가 정규군으로 남을 것이고, 나머지도 예비군·민간 분야에서 안보 의식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반면 회의론은, 1년이라는 기간이 군사기술 숙련·부대 문화 적응에는 너무 짧고, 기존 정규군과의 조직문화 충돌·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위험한 일자리는 피하고 싶다”는 영국 청년들의 기본 정서가 바뀌지 않는다면, 높은 보수만으로 지원률을 끌어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한국과의 대비가 던지는 질문
한국은 여전히 헌법·법률이 규정한 징병제를 유지하며, 남성 다수가 18~21개월을 의무 복무한다. 이 와중에 ‘선택적 모병제’·여성 징병·사관학교 통합 등 병역제도 개편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본 구조는 “국가가 국민을 불러들이는 시스템”이다. 반대로 영국은 “국가가 청년에게 군을 하나의 유급 선택지로 제시하는 시스템”을 실험하는 중이다. “군대에서 훈련만 받아도 6천만 원을 준다”는 비교는 한국의 징병현실과 영국의 모병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는 상징적 대비이기도 하다. 각국이 택한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인구·정치·위협 환경 변화 속에서 ‘군대를 어떻게 매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유지할 것인가’라는 같은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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