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회고 #커리어회고
작곡가보다 빠른
싱어송라이터
대학원 동기들 중에는 다양한 꿈을 가진 음악인들이 많았습니다. 제작자를 꿈꾸는 사람, 가수를 꿈꾸는 사람,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사람 등. 저는 학교를 다니며 우연하게도 이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디지털 싱글 앨범을 하나 발매하자는 당찬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각자가 작곡, 보컬, 제작의 파트를 맡고 있었기에 구성원의 조합은 완벽하게 이뤄졌습니다. 저는 그때만해도 기획사에 데모곡을 만들어 돌려보고 있을 때였고 내 노래가 세상에 언제 나올지, 나올 수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아무도 내 노래를 찾지도 불러주지도 않으니 내가 직접 사람들과 제작에 참여하고 내가 작곡한 노래로 앨범이 나오게 될 수 있다니 차라리 그게 빠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저는 남성 듀엣 그룹을 결성하고 앨범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작사, 작곡 뿐만이 아닌 보컬로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나름 싱어송라이터라는 생각을 가지고 당시에는 열심히 작업을 했습니다. 그룹의 컨셉을 정하고 어떤 형식과 장르의 곡을 만들어 낼지 협의하고 곡 작업을 진행하였고 한두달에 걸쳐 드디어 데모곡을 완성했습니다.
곡을 만들었으면 곡을 배급해 줄 유통사를 찾아야 하고 세션,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 앨범으로 완성시키기 위한 제작비를 지원해줄 제작사를 찾아야 합니다. 기획사라고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듣보잡인 신인들이 엔터테인먼트 회사 또는 레이블에 들어가는 일은 희박하기에 일단 어떻게든 음원을 유통해줄 유통사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음원유통사를 쉽게 찾을 수는 있지만 음원사이트 메인에 걸어줄 수 있고 각종 이벤트를 걸어줄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유통사를 찾는것도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은 조건으로 발매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학교에 출강하고 계신 학과 교수님 생각이 났습니다. 그 교수님은 강남에 유명 녹음실을 소유한 음원유통사에 계셨는데 그분께 우리의 곡을 들려드리고 유통을 의뢰해볼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는 사전에 약속을 잡아 데모곡을 들고 교수님이 계신 회사에 찾아갔고 약간의 긴장과 함께 미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약간의 긴장은 아닌 심한 긴장 상태였던 모양인지 회의실 의자에 마시던 커피를 쏟은 일이 아직도 기억 납니다. 제가 작곡한 노래를 처음으로 이런 음악관련 회사에 와서 관계자에게 들려주게 되는 일이니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음반제작 멤버들 3명과 맞은편에 교수님이 앉아 계셨고 노래를 플레이하여 길고 긴 3~4분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이 곡을 유통해 주실 지 말지 대답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죠. 프로의 세계는 냉혹(?) 하기에 어떠한 독설도 받을 각오는 하고 들어갔습니다. 유통은 커녕 교수님께 음악 제대로 만들라는 꾸짖음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었습니다.
곡을 다 듣고 나신 교수님은 “느낌이 좋은데요? 내가 유통해줄께요. 근데 곡 하나로는 힘이 부족해요. 한 곡을 더 만들어서 2곡으로 발매하죠.”
…..한곡을 더 해서 두 곡을 발매 해주신다니? 저는 깜짝 놀랐고 교수님은 말씀을 계속 이어 나가셨습니다. “일단 한곡을 더 써와봐요. 그때 또 다시 얘기해보자구요.”
유통을 해 주신다는 말씀에 너무도 기뻤지만 저는 또 한번의 과제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끝내고 나오는 순간부터 무슨 곡을 써야 하나 고민에 사로잡혔습니다. 첫번째 제출한 곡은 미디움템포의 신나고 발랄한 음악이었으니 두번째 곡은 주 장르인 발라드를 쓰기로 마음먹고 그날 집에 가자마자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억지로 곡을 쓰려고 하면 나오지 않는 법입니다. 빨리 쓰려고 마음먹으니 곡 진행이 제대로 되지를 않았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넘어가고 이 후 몇일을 마음에 드는 멜로디가 나오지 않아 지쳐있을때쯤 어느 순간 그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곡 멜로디 처음 시작부터 후렴을 거쳐 끝마디 까지, 심지어 노래 가사까지 전부 한방에 작업을 끝냈습니다. 2시간 정도만에 곡 전체 멜로디와 가사를 끝내버린 거죠. 이 곡의 제목은 “있잖아(사과송)” 이라는 곡으로 훗날 정말 말도 안되게도 이 노래가 KBS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에서 불려지게 됩니다.

당시 인터넷 기사
kbs 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에서 불려진 나의 노래
그렇게 기적적으로 두번째 노래를 완성시키고 멤버와 함께 녹음을 하여 다시 교수님을 찾아가게 됩니다. 교수님은 두번째 곡을 들으시고는 “앨범 하나만 내고 끝낼 거에요? 앨범 3장 내는걸로 하고 시작합시다. 녹음실, 믹싱, 유통마케팅 등 비용은 회사에서 다 대줄께요.”
있잖아 (사과송) 노래파탈(Fatal)2012.05.09.
저는 수년이 지났지만 이날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내가 작곡한 곡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그렇게 앨범발매까지 차근차근 진행되었고 첫번째 앨범을 시작으로 3장의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곡이 히트하거나 그룹의 존재자체를 아는 사람도 드물지만 몇몇 마니아 층에서는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앨범이 발매되는 과정까지는 누구나 각자의 사연들이 존재합니다. 어떻게 보면 싱어송라이터는 작곡가보다 편합니다. 작곡가는 내가 만든 노래를 불러줄 사람까지 찾아야 하지만 싱어송라이터는 그 한단계 고민을 덜게 됩니다. 물론 보컬역량에 신경을 엄청나게 써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만약 음악을 꿈꾸고 계신분들이 있다면…정말 좋은 곡을 써 놨는데 아무리 팔아보려고 해도 곡이 팔리지 않는다면 본인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앨범을 제작해서 세상에 내놓는 것도 큰 경험과 경력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내 노래를 알아주겠지 하고 마냥 기다리다가는 앨범 하나도 발매 경력이 없는 음악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낸 앨범이 망해도 그것 때문에 받는 불이익은 전혀 없습니다. 새로운 곡을 잘 만들어서 팔면 됩니다. 이쪽의 세계는 철저하게 실력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쓴 노래가 좋은 곡 이라면 누가 만들었건 어떤 경력을 소유한 작곡가이건, 누군가는 그 곡을 부르고 싶어하고 결국엔 불려지게 될 것 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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