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드 ‘양반들’의 보컬이자 역사학자인 가수 전범선이 대표적인 친일파 작가 이인직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해 대중의 재주목을 받고 있다.
독립운동가를 기리며 역사의식을 고취해 오던 젊은 역사학도가 집안의 친일 내력을 알게 된 순간과, 이를 숨기지 않고 역사적 성찰의 계기로 삼은 이야기가 담담한 울림을 전한다.

독립운동가를 기리다 알게 된 집안의 내력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전범선은 어릴 때부터 역사와 독립운동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대한제국 독립을 적극적으로 도운 미국인 호머 헐버트 박사를 기리는 ‘헐버트 청년 모임’ 회장을 맡아 활동하는 등 독립운동의 가치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 왔다.
그러나 왕성하게 활동하던 어느 날, 그의 어머니로부터 “네 집안이 어떤 집안인 줄 아느냐”라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어머니의 고백을 통해 밝혀진 전범선의 5대조 외할아버지는 한국 최초의 신소설 ‘혈의 누’를 쓴 작가 이인직이었다.
이인직은 교과서에 최초의 신소설 작가로 묘사되어 있지만, 동시에 매국노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넘길 때 옆에서 일본어로 통역을 전담했던 명백한 친일반민족행위자다.
독립운동가를 존경하고 알리던 청년에게 자신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사실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편견을 깨는 집안사… “친일 덕 본 것 없어”
흔히 친일파의 후손이라고 하면 일제가 남긴 부와 권력을 세습받아 유복하게 살아왔을 것이라는 편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범선이 밝힌 가문의 내막은 달랐다.
이인직은 일본 유학 후 일본인 여성과 새장가를 들면서 기존 한국에 있던 가정을 버렸고, 이로 인해 전범선의 외가 가문은 버림받은 처지가 되어 친일 행위로 인한 혜택이나 덕을 전혀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범선은 자신의 뿌리에 존재하는 부끄러운 역사를 숨기거나 회피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인직이 남긴 소설을 직접 찾아 읽으며, 당대 개화파 지식인이 품었던 근대화에 대한 열망과 그 과정에서 저지른 치명적인 비극 및 한계를 다층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했다.

이분법적 역사를 넘어 ‘치유’로 나아가는 길
이러한 개인적 체험과 고찰은 그가 출간한 책 ‘전범선의 한국사 테라피’의 바탕이 되었다. 그는 역사를 단편적인 선악 구도로 구분하기보다 인물의 입체적인 내면과 역사적 맥락을 살피는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집안의 친일 내력을 공개적으로 밝힌 그의 행보는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대중과 공유하는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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