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홍진 감독의 신작 영화 ‘호프’에서 극의 공기를 순식간에 바꿔놓는 강렬한 연기로 주목받는 배우가 있다. 바로 20년의 긴 무명 세월을 견뎌내고 전성기를 맞이한 배우 음문석이다.
과거 독보적인 댄스 실력으로 가수 비(정지훈)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가요계에 야심 차게 발을 들였던 그가, 지독했던 가난과 좌절을 딛고 충무로의 독보적인 씬스틸러로 우뚝 섰다.

충남 아산 온양 출신인 음문석은 10대 시절 우연히 접한 무대에 매료돼 오직 댄서의 꿈 하나만을 품고 혈혈단신 서울로 상경했다.
방배동 댄스 연습실과 지하철역을 전전하며 노숙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갔고, 그룹 god의 백댄서 활동과 각종 댄스 대회를 섭렵하며 정상급 춤꾼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어 2005년 솔로 가수 ‘SIC(식)’으로 데뷔해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화려한 무대 뒤편의 현실은 참혹했다.
하루 방송 출연료 5,000원으로 빵과 우유를 사 먹으며 버텼고, 1년 중 300일 이상을 시골에서 부쳐온 김치와 라면으로만 때웠다. 극심한 영양실조로 혀가 갈라지고 눈 떨림과 피부 질환을 달고 살았지만, 병원비가 없어 참아내야 했다.
홀로 상경한 아들을 위해 쌈짓돈을 쥐여주고 떠나던 아버지의 굽은 뒷모습을 보며 그는 “남들이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무대를 떠나 연기자로 전향한 뒤에도 고난은 계속됐다. 캐스팅 불발과 배역 취소가 일상이었으나 그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드라마 ‘열혈사제’ 오디션 당시,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직감이 들자마자 동대문에서 단발머리 가발을 사 직접 연기 영상을 촬영·편집해 감독에게 보냈고, 이는 희대의 캐릭터 ‘장룡’을 탄생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후 영화 ‘범죄도시 2’의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장기철을 거쳐 최근 화제작 ‘호프’에 이르기까지, 음문석은 등장만으로도 스크린을 압도하는 대체 불가한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임종 직전까지 아들의 성공을 응원했던 아버지와의 약속을 가슴에 품고 20년의 세월을 묵묵히 버텨낸 음문석.

지하철역 노숙과 단칸방을 전전하던 비운의 댄스 가수를 넘어, 이제는 대한민국 스크린을 장악하는 묵직한 존재감의 배우로 거듭난 그의 거침없는 앞날과 다음 행보에 대중과 평단의 뜨거운 기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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