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문대 법학과 졸업장이라는 안정된 길을 마다하고,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낸 인물이 있다.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3세 배우 현리(이현리)의 이야기다.
차가운 이방인의 시선과 치열한 오디션의 연속이었던 무명 시절을 견뎌낸 그는, 이제 한국과 일본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또렷한 존재감을 발현하는 실력파 배우로 거듭났다.

현리의 삶은 선택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학창 시절 연기자를 꿈꿨지만,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우선 명문 법대에 진학해 졸업하라”는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
결국 그는 아오야마가쿠인대학 법학과에 입학했고, 학업을 마치는 집념을 보였다. 대학 재학 중 연세대학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건너온 그는 비로소 연기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한국에서는 일본 출신이라는 이유로, 일본에서는 한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유로 늘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수많은 낙방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현리는 편안한 길을 택하는 대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일본 이름을 따로 쓰지 않고 한국 국적과 본명을 그대로 유지하며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단단히 지켜냈다.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언어적 장점과 탄탄한 연기 내공은 결정적인 무기가 되었다.
그의 노력은 세계적인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우연과 상상’을 통해 화려하게 결실을 맺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인 이 작품에서 현리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기로 글로벌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이후 애플TV+ 흥행작 ‘파친코’ 등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작품에 잇따라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배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최근에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에서 바빌론 동아시아지부 최정예 킬러 ‘큐’ 역으로 발탁되어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었다.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파격적인 숏컷으로 변신하고 근육량을 5kg이나 증량하는 등 고강도 액션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경계를 허무는 당당한 행보와 끊임없는 도전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 낸 배우 현리. 명문 법대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대체 불가능한 연기자로 자리매김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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