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는 지금과 같은 도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울이었으니 도시였다. 조금만 걸어가면 논밭이 있긴 했다. 그런 관점에서 서울이라는 도시가 성장하는 걸 지켜보게 되었다. 지금같이 엄청난 건물이 곳곳에 있는 것이나 아파트로 뒤덮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제 도시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되었다. 해당 국가가 얼마나 도시화가 되었느냐가 선진국으로 가는 척도가 될 정도로 도시는 핵심 중 핵심이다.
과거에 살던 사람이 현대 도시를 본다면 기절할지도 모르겠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한 20~30년 전 사람이 와도 그럴 듯하다. 그만큼 도시는 쉬지 않고 성장한다. 멈출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인다. 흥망성쇠라는 표현을 하는데 도시 내에 있는 건물 등은 흥망성쇠가 있어도 도시는 탐욕스럽게 주변을 집어삼키며 성장한다. 확장하면 확장하지 축소되는 경우는 없다. 아마도 아직까지 전 세계에서 도시가 축소된 경우는 없는 듯하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전형적인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도시는 과거부터 존재했다. 유목민 시절이나 농축산물로 먹고 살던 시대에는 도시 기능이 상대적으로 좀 약하긴 했다. 그럼에도 도시에 사람들은 몰려 살았다. 어떤 국가든 수도라 불리는 곳은 도시였다. 왕이 살거나 위정자가 살던 곳은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도시 기능으로 외부의 적을 지키는 시설을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그곳에는 도시가 아닌 곳과는 다른 기능이 많았다. 특히나 상업 기능이 발달했다. 현대에 들어서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업종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일을 하며 돈을 번다.
「메트로폴리스」는 도시에 대한 책이다. 지금까지 도시에 대한 책을 많이 읽긴 했다. 이번 책이 다른 점은 과거부터 현대까지 주요 도시에 대해 소개하면서 어떤 식으로 발전했는지 설명한다. 책에서 처음 소개하는 도시는 우르크다. 솔직히 처음 듣는다. 내가 아는 건 그 다음으로 소개하는 바빌론부터 안다. 그 후에 아테네를 비롯해서 시대 순에 따라 당시에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았던 도시를 하나씩 소개한다. 생각지도 못한 뤼벡이나 바르샤바도 소개한다.
이런 도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당시에 해당 도시나 가장 발전되고 사람들이 많이 살던 곳은 아니다. 도시의 다양한 기능과 흥망성쇠를 설명하기 위해 소개하는 도시다. 책에서도 소개하지만 지금봐도 놀라운 건 로마의 목욕탕에는 한 번에 수 만명이 동시에 목욕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감도 안 잡힌다. 해수욕장도 그 정도 인원이 모여있는 건 본 적이 없다. 수 천명은 사진 등으로 보긴 했지만 역설적으로 목욕탕으로 인해 오히려 질병이 창궐하게 되었다.
도시는 자체적으로는 먹고 살 수 없다.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인간은 먹어야 살 수 있다. 우리가 먹는 건 도시에서 만들어지거나 생산되지 않는다. 대부분 농사나 축산이나 바다에서 조달한 걸 도시 사람들이 먹는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하는 자가 있는 건 맞다. 도시에 많은 사람이 있으니 그들에게 공급하며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다. 도시에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을 상대로 무엇인가를 팔면서 돈을 번 사람도 생기면서 더 돈을 모으기도 한다.
현대에 부자가 과거보다 더 부자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물건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가격으로 팔아도 박리다매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런 물건을 이용한다. 도시가 아닌 곳에서는 잘 되지 않는 사업도 아주 많다. 오로지 도시에서만 할 수 있는 사업이다. 도시는 그런 면에서 아주 특수한 장소다. 과거 도시는 빈부 격차가 아주 심했다. 지금도 여전히 심하다고 하지만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도시에 사는 빈민이나 도시 밖에 사는 빈민이나 차이가 없었다. 지금은 아무리 힘들어도 도시 밖에 사람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게 도시인이다. 과거에는 도시마다 각자 특색이 있었을지 몰라도 현대는 어떤 도시를 가도 비슷비슷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실 단순히 도시만이 아니다. 미스미디어의 발달로 모두가 다른 도시를 본다. 그곳이 어떤 식으로 발전했고 대도시가 되었는지 봤다. 대도시의 특징이 무엇인지 알게 되니 다들 그걸 따라하며 마천루가 발달한다.
도시가 더 거대해진 이유다. 같은 공간에 더 높은 건물을 올려 훨씬 많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다. 같은 면적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할 수 있는 효율성도 보여준다. 곳곳에 들어 선 건물에 사람들이 가득채울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지만 도시는 탐욕스럽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긁어모은다. 메트로폴리스라는 거대 도시로 사람들은 꾸역꾸역 모여든다. 승자독식이라고 할 정도로 대도시는 사람들이 모이기에 뭐든지 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다.
그동안 세계 인구는 늘어나기만 했다. 이제 서서히 줄어드는 단계로 진입했다. 이렇게 되면 도시는 망하게 될까. 책에서 이와 관련되어 바르샤바를 선정했다. 인구의 90% 이상이 사라졌다. 의도적으로 도시를 멸망시키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다시 사람들이 모여 바르샤바는 대도시가 되었다. 내가 알기로 한 번 도시가 된 곳이 멸망한 곳은 없다. 도시가 되었다는 건 사람들이 살기 좋은 장소라는 뜻이다. 아마도 도시가 멸망까지 가더라도 그곳보다 더 좋은 장소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시 똑같은 공간으로 모여 살게 될지 않을까한다.
대신 도시 규모는 축소될 수 있을 듯하다. 서울을 근거로 봐도 인구가 줄어들면 그럴 듯하다. 서울의 위성도시가 경기도라고 할 수 있다. 인구가 줄면 분명히 인위적으로 만든 도시 중에 쇠락하는 곳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벌어진 일이다. 젊은이들이 떠나갔다. 그들은 대도시로 갔다. 도쿄는 사람들이 오히려 늘어났다. 서울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 본다. 전통적으로 과거부터 존재했던 도시가 아닌 새로운 도시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가장 중요한 생존의 문제가 대두된다. 도시에 살려면 온갖 기반시설이 필요하다. 우리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기반시설 덕분에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편히 살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든 도시에서는 기반시설을 똑같이 이용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대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해당 도시는 어느 정도 힘들어질 수 있다. 물론, 당장은 아닌 아주 먼 미래의 일이다. 또한 인구가 어떤 식으로 변하느냐와 같은 변수가 너무 많아 단정하긴 힘들다.
가격도 당연히 저절로 안정이 된다. 아무리 서울로 사람들이 몰려들어도 지금과 같은 현상과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서양과 다소 다른 점은 미국같은 경우에는 도시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 공간이 있다. 그곳에 살아가는 것이 중산층에게는 로망이다. 도시 중심에 사는 것이 오히려 못살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서양도 과거와 개념이 좀 달라져 도시 중심 마천루에 부자들이 살기도 한다. 서울은 아주 특수하게도 아파트라는 단일 공간에 집단적으로 거주한다.
아주 효율적인 시스템인건 부정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도시로 집중되는 현대에 일부 사람을 제외하면 다들 도시에 살고 싶어한다. 서울과 같은 거대도시인가 아닌가 차이는 있다. 그마저도 모든 걸 집어삼킨 대도시의 편리성과 문화 등의 영역에서 넘사벽으로 존재해서 격차는 더 벌어질 듯하다. 일본이나 중국이나 미국같은 인구 1억이 넘지 못한 한국은 어쩔 수 없이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 될 수밖에 없다. 이걸 굳이 지역 분산한다는 건 당장은 몰라도 미래에는 과연 좋은 결과가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 입장에서 편견이라면 편견이겠지만. 모든 도시가 다 똑같아 보여도 해당 도시에 수백년에서 수천년간 쌓아온 역사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존재한다. 그곳에서 각 국가의 도시마다 특색이 생기고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이 큰 건물을 보러 오진 않는다. 결국에는 해당 국가의 대도시에서 보여주는 문화덕분에 관심이 생기고 궁금증이 생겨 찾아오게 만든다. 그게 바로 앞으로도 도시가 더 성장하면서 생명력을 잃지 않는 비결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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