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운동을 계속할 생각인가?” 일제 강점기, 서슬 퍼런 경성지방법원 취조실에서 일본인 검사가 물었다. 피고인석에 앉은 인물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답했다.
“그렇다. 나는 밥을 먹는 것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 먹었고, 잠을 자는 것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 잤다. 내 몸이 없어질 때까지 이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의 결연한 일갈이었다.

이어 검사는 “조선의 독립이 가능하다고 믿느냐”, “너는 일본의 실력을 모르는가”라며 당시 아시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던 제국주의 일본의 위세를 앞세워 그를 압박했다.

무력 앞에서 위축될 법한 순간이었지만, 도산의 입에서 흘러나온 답변은 재판정과 일제 사법부 전체의 허를 찔렀다. 도산은 일본의 군사적 실력을 잘 알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진정한 강국이란 물리적 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나는 일본이 무력에 걸맞은 도덕력을 겸하여 가지기를 동양인의 명예를 위하여 원한다. 나는 진정으로 일본이 망하기를 원치 않고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이어 도산은 침략 전쟁과 식민 통치의 근본적 모순을 꿰뚫는 명언을 남겼다. “이웃 나라를 유린하는 것은 결코 일본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
원한 품은 2천만을 억지로 국민 중에 포함하는 것보다, 우정 있는 2천만을 이웃 국민으로 두는 것이 일본의 복이다. 그러므로 대한의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동양의 평화와 일본의 복리까지 위하는 길이다.”
도산 안창호가 ‘일본이 잘 되길 바란다’고 말한 배경에는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굴종이나 야합이 아닌, 심오한 평화주의와 문명사적 통찰이 자리 잡고 있었다.
힘과 패권으로 이웃을 짓밟는 나라는 필연적으로 파멸에 이를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는 동시에, 도덕성을 갖춘 정상적인 문명국가로 거듭나 상호 존중과 연대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준엄한 꾸짖음이었던 셈이다.
당시 일제가 맹신하던 총칼과 군국주의는 결국 제2차 세계대전 패망이라는 참담한 결말로 이어졌다. 도산의 예견대로 ‘원한을 심는 침략’은 지배자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었다.
침략자의 법정 한복판에서도 대등한 공존과 동양 전체의 평화를 논했던 도산의 거시적 안목과 당당한 기개는, 반세기를 훌쩍 넘긴 오늘날에도 진정한 국격과 공존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묵직하게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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