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스름한 밤길, 90대의 나이에도 손수 운전대를 잡고 귀갓길에 오르는 원로 배우가 있다.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에서 섬뜩할 정도의 압도적인 연기로 좌중을 사로잡았던 데뷔 68년 차 배우 백수련의 이야기다.
과거 MBN ‘특종세상’에서는 90세의 나이에도 직접 차를 몰아 라이브 카페를 오가고, 여전히 무대를 향한 열정을 놓지 않는 백수련의 파란만장한 삶이 조명됐었다.

68년 연기 외길… 연극·성우·영화 거친 베테랑 배우
1958년 연극 무대로 데뷔한 백수련은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산증인이다. 김영옥, 나문희, 최선자 등 내로라하는 원로 배우들과 함께 MBC 개국 성우 동기로 활동하며 독보적인 목소리와 연기 내공을 쌓았고, 이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2010년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에서는 동해 섬마을의 압제적인 노인 역을 맡아 신스틸러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으며, 수많은 드라마와 연극에서 한국 대중문화사의 묵직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연기자 권익 투쟁과 사업 실패… 감당 못 할 ‘100억 빚’
운전 경력만 40년이 넘는다는 백수련은 90세인 지금도 매일 밤 가게 일을 마친 뒤 직접 차를 운전해 집으로 향한다. 정정한 모습 뒤에는 가혹했던 세월의 풍파가 숨어있다. 과거 그녀는 무려 1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빚을 지며 전 재산을 잃는 시련을 겪었다.
시련의 시작은 동료들을 위한 싸움이었다. 대한민국 1세대 배우 부부였던 남편 고(故) 김인태가 탤런트협회장으로서 연기자 처우 개선에 앞장서다 부부 모두 방송 출연 정지를 당하게 된 것.
생계를 위해 시작한 레스토랑과 에스테틱 사업이 보증 사기와 불어나는 이자로 꼬이면서 빚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났다. 백수련은 “다 계산해 보니 100억 원에 가까운 돈이었다. 전 재산이 다 날아갔다”고 회상했다.
남편과의 사별, 아들 김수현을 향한 미안함… 무너지지 않은 집념
가혹한 시련은 가족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남편 김인태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파킨슨병을 앓다 8년 전 세상을 떠났고, 부모의 뒤를 이어 배우의 길을 걸어온 아들 김수현 역시 사업 명의 여파로 25년간 신용불량자로 살아야 했다.

백수련은 “나 때문에 아들의 청춘이 꺾였다”며 깊은 미안함을 전했다. 하지만 백수련은 주저앉지 않았다.
집 규모를 줄이고 작게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며,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이들에게 단 한 푼이라도 빚을 갚기 위해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매일 까치발 운동으로 건강을 다지고, 명창을 찾아가 판소리를 배우며 배우로서의 소리와 몸을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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