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 건강을 위해 무언가 특별한 음식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장내 미생물에게 어떤 먹이를 꾸준히 공급하고 배변에 필요한 식이섬유를 얼마나 충분히 먹느냐다. 그릭요거트와 사과,통곡물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 과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세 가지를 함께 보면 대장 건강을 위한 식사의 방향이 훨씬 분명해진다.
대장은 매일 먹은 것을 기억한다… 핵심은 ‘장내 미생물과 식이섬유’다
대장은 단순히 소화하고 남은 찌꺼기를 모아두는 기관이 아니다. 대장에는 수많은 장내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우리가 먹는 음식은 이들의 구성과 활동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사람이 소장에서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일부 식이섬유는 대장까지 이동해 장내 미생물의 발효 기질로 이용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세트산과 프로피온산,부티르산 같은 단쇄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s)이 만들어진다. 이 가운데 부티르산은 대장 상피세포가 이용할 수 있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장 장벽과 면역 기능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식이섬유 자체도 변의 부피와 수분 유지에 영향을 줘 규칙적인 배변을 돕는다. 그래서 대장 건강을 위한 식탁에서는 특정 건강식품 하나보다 발효식품과 과일,채소,콩,통곡물처럼 서로 다른 종류의 식품을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릭요거트와 사과,통곡물의 조합이 흥미로운 것도 발효유의 미생물과 과일·곡물의 서로 다른 식이섬유를 한 식단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그릭요거트’… 살아 있는 유산균과 단백질을 함께 챙길 수 있다
그릭요거트는 일반 요거트에서 유청을 제거해 농축한 형태라 제품에 따라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대장 건강에서 주목할 부분은 발효 과정에 사용되는 유산균이다. 요거트에는 일반적으로 락토바실러스와 스트렙토코커스 계열의 균이 발효에 사용되며 제품에 따라 비피도박테리움 등 추가적인 균주가 들어가기도 한다. 다만 모든 그릭요거트가 동일한 프로바이오틱 효과를 갖는 것은 아니므로 살아 있는 균이 포함됐는지는 제품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그릭요거트는 100g당 대략 8~10g 안팎의 단백질을 제공하는 제품도 있어 중년 이후 단백질을 보충하는 간식으로 활용하기 좋다. 장을 생각한다면 달콤한 과일맛 제품보다 무가당 플레인 그릭요거트가 낫다. 여기에 사과나 블루베리,견과류를 직접 넣으면 첨가당은 줄이고 식이섬유는 보충할 수 있다. 유산균만 따로 챙기는 것보다 장내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식물성 식품을 함께 먹는 식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사과’… 껍질까지 먹으면 펙틴을 비롯한 식이섬유를 챙긴다
사과를 대장 건강과 연결할 때 핵심은 단맛이 아니라 식이섬유다. 중간 크기 사과 한 개에는 대략 4g 안팎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으며 특히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이 잘 알려져 있다. 펙틴은 소장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일부가 대장에 도달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될 수 있다. 사과에는 이와 함께 비타민 C와 칼륨,퀘르세틴을 비롯한 폴리페놀 계열 성분도 들어 있다.
특히 사과의 식이섬유와 폴리페놀 일부는 껍질에 존재하기 때문에 깨끗하게 세척한 사과라면 껍질째 먹는 방법도 좋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과를 ‘어떻게’ 먹느냐다. 사과즙이나 착즙주스는 씹는 과정이 없어 빠르게 많은 양을 마시기 쉽고 제품에 따라 식이섬유도 크게 줄어든다. 대장 건강을 생각한다면 사과를 갈아 마시는 것보다 통째로 천천히 씹어 먹는 편이 낫다. 아침에 그릭요거트에 사과 반 개를 잘라 넣으면 유산균과 펙틴을 자연스럽게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다.

세 번째 ‘통곡물’… 대장까지 내려가는 식이섬유의 양부터 달라진다
현미와 귀리,보리,통밀 같은 통곡물은 곡물의 겨와 배아를 상당 부분 유지한다. 흰쌀이나 정제 밀가루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이런 부분이 제거되면서 식이섬유와 여러 영양소도 함께 줄어든다. 반대로 통곡물에는 식이섬유와 비타민 B군,마그네슘,철,아연과 다양한 식물성 생리활성 성분이 들어 있다. 특히 귀리와 보리에는 베타글루칸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밀기울에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장 건강에 활용될 수 있다.
식이섬유가 충분하면 변의 부피가 증가하고 장을 통과하는 과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일부 섬유질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다. 더 주목할 부분은 장기적인 대장 건강이다. 세계암연구기금은 통곡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의 섭취가 대장암 위험 감소와 관련된 근거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계암연구기금 대장암 예방 자료 따라서 흰밥을 갑자기 모두 현미밥으로 바꿀 필요는 없지만 쌀밥에 보리나 귀리를 조금씩 섞는 것부터 시작하는 방법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세 음식을 같이 먹으면 더 좋은 이유…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 식품’ 조합이 된다
세 음식을 따로 보면 평범하지만 한 식단에 모으면 재미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살아 있는 유산균을 포함한 그릭요거트는 프로바이오틱 미생물을 섭취할 수 있는 발효식품이고 사과와 통곡물은 장내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식물성 탄수화물과 식이섬유를 공급한다. 흔히 프리바이오틱스라고 부르는 개념도 여기에서 나온다. 다만 모든 식이섬유를 공식적으로 프리바이오틱스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며 핵심은 장내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꾸준히 먹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아침에 무가당 그릭요거트에 껍질째 자른 사과와 귀리 또는 무가당 오트밀을 조금 넣으면 세 가지를 한 그릇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점심과 저녁에는 흰밥의 일부를 보리나 현미로 바꾸면 된다. 반대로 달콤한 그릭요거트에 사과잼과 설탕이 든 그래놀라를 넣으면 같은 재료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전혀 다른 식사가 된다. 대장 건강식의 핵심은 건강식품을 더 많이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제되고 달콤한 음식을 덜어낸 자리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으로 채우는 것이다.

하루 한 번의 선택을 바꿔보자… 대장 건강은 ‘꾸준히 먹는 것’에서 시작된다
대장은 오늘 사과 하나를 먹었다고 내일 갑자기 건강해지는 기관이 아니다. 장내 미생물과 배변 습관 모두 장기간 반복되는 식생활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그릭요거트와 사과,통곡물도 한 번에 몰아서 먹기보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넣는 것이 좋다. 아침에는 무가당 그릭요거트 약 100~150g에 사과 반 개,점심이나 저녁에는 흰쌀 일부를 현미와 귀리,보리 같은 통곡물로 바꾸는 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
평소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었던 사람이 갑자기 많은 양을 먹으면 가스와 복부 팽만이 생길 수 있으므로 양은 서서히 늘리고 물도 충분히 마신다. 특히 대장 건강을 위해 기억해야 할 것은 세 음식의 이름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구성이다. 그릭요거트의 발효균,사과의 펙틴과 폴리페놀,통곡물의 다양한 식이섬유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장내 환경을 뒷받침한다. 특별한 보양식을 가끔 먹는 것보다 이런 평범한 음식을 매일 식탁에 올리는 습관이 대장을 관리하는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