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RBB4 조절로 신경회로 과흥분과 시냅스 불균형 완화 가능
- 유전자 가위 기술로 ERBB4 제거 시 기억력과 인지능력 개선
- 알츠하이머병 치료 위한 새로운 다중 병리 완화 전략 기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조직 446개를 분석한 결과, 흥분성 신경세포 내에서 ERBB4 수용체의 발현이 뚜렷하게 증가해 있으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과 인지기능 저하가 심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에서 여러 병리 현상이 연쇄적으로 악화되는 근본적 기전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 결과는 8월 27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정원석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부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부교수)이 이끄는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에서 신경회로와 시냅스의 균형이 무너지는 원인을 추적했다. 연구진은 질병 초기부터 나타나는 신경회로 불균형에 주목해,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해마를 분석했다. 그 결과, 뇌 회로를 흥분시키는 신경세포는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이를 억제하는 신경세포의 활성은 크게 저하되어 있었다. 별아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 등 비신경세포가 흥분성 시냅스를 집중적으로 제거하는 반면, 억제성 시냅스는 상대적으로 덜 제거해 신경회로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연구팀은 신경세포의 비정상적 활성 상태가 시냅스 소실 불균형의 근본 원인임을 밝혀냈다. 신경세포의 활성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교세포가 시냅스를 더 많이 제거하고, 반대로 활성을 낮추면 시냅스 제거가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됐다. 분자 수준의 원인 분석을 통해, 정상적으로는 억제성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ERBB4 수용체가 특정 흥분성 신경세포 집단에서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신경세포를 ‘초기 반응성 흥분성 신경세포(EREN)’로 명명하고, ERBB4를 회로 이상을 유발하는 핵심 인자로 지목했다. ERBB4는 세포막에서 외부 신호를 감지해 세포 성장, 분화, 신경세포 기능을 조절하는 수용체 단백질이다.
이후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만 ERBB4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과도했던 흥분성 신경세포의 활성은 줄고, 저하됐던 일부 억제성 신경세포의 활성은 회복됐다. 동시에 교세포의 비정상적 시냅스 제거와 염증 반응이 완화됐으며, 아밀로이드 플라크 형성 면적과 수량이 50% 이상 감소했다. 이로 인해 기억력과 공간 인지 능력도 크게 향상됐다. 반대로 정상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 ERBB4를 발현시키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없는 상태에서도 신경회로 과흥분, 시냅스 불균형, 교세포 염증 반응 등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병리 변화가 나타났다.
또한 ERBB4가 증가할 때 세포 성장과 대사 등을 조절하는 mTOR 신호전달 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병리 현상이 주변으로 확산된다는 기전도 밝혀졌다. 이로써 ERBB4의 변화가 단순한 동반 현상이 아니라, 여러 병리의 연쇄적 진행을 촉진하는 핵심 조절 인자임이 입증됐다.
정원석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증폭 과정을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며, “질병 악순환의 핵심 고리를 표적으로 삼아 복잡하고 다양한 병리를 동시에 완화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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