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밤 뉴스 하나를 보고
영화가 아니라 방이 먼저 떠올랐다.
명절마다 갔던 할아버지 댁,
그 방에 혼자 앉아
비디오를 돌려보던 기억 말이다.
그때 그 화면 속에 있던 사람의
소식이었다.
고모 방에서 빌려 본
그 비디오테이프
어릴 적 명절이면
어른들 이야기 소리를 뒤로하고
혼자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엄마와 함께 비디오 가게에 가서
비디오를 빌려다 보았기 때문.
그리고 그곳에
‘나 홀로 집에 2’가 있었다.
배꼽을 잡고 웃다가
그 장면 하나 때문에
테이프를 서른 번은 되감았다.
호텔 지배인과 직원들이
케빈에게 홀랑 속아
무릎을 꿇고 외치던 그 대사.
“고객님을 사랑합니다.”
그 장면이 그렇게 잘 산 이유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그 배우의 말도 안 되는 진지함이
동시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지배인의 이름은
팀 커리였다
1946년 영국 체셔 출생.
극 중 이름은 미스터 헥터,
배우 이름은 팀 커리다.
현지시간 8월 25일 밤,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80세로 세상을 떠났다.
오랜 친구이자 매니저는
그가 집에서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휠체어에 앉고도
일을 놓지 않았다
2012년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몸 한쪽이 마비됐고
그 뒤로는 휠체어 생활이었다.
그런데도 활동을 접지 않았다.
남은 무기인 목소리 하나로
애니메이션 성우 일을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회고록
‘배가본드’까지 펴냈다.
쓰러진 뒤에 오히려
직함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사실 나는
이 사람을 몰랐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홀로 집에 2’ 말고는
이 배우가 어떤 영화에 나왔는지
알지도 못했다.
찾아보고 좀 놀랐다.
영화 ‘그것’의 광대도 배우 팀 커리 였다…
1975년 ‘록키 호러 픽쳐 쇼’의
프랑큰 퍼터 박사,
1990년 드라마 ‘그것’의
광대 페니와이즈가
전부 이 사람이었다.
토니상 후보에만 세 번 올랐다.
웃음은 이름보다
오래 남는다
이름도 몰랐던 배우인데
떠났다는 소식에
마음이 뭔지 모르게 아련했다.
생각해 보니 슬픔이 아니라
그 방의 공기,
혼자 웃던 아이의 기억이
같이 딸려 나온 탓이었다.
배우가 남기는 건
이름이 아니라 장면이고,
그 장면을 본 사람의
어느 하루인 것 같다.
한 사람이 만들어 낸 웃음이
30년 넘게 남의 명절 기억까지
따뜻하게 지켜줬다면
그것만으로도 근사한 인생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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