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옥이 남긴 마지막 반전 유언

배우 고(故) 김자옥이 세상을 떠나기 전 절친한 개그우먼 이성미에게 남긴 마지막 부탁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무겁고 칙칙한 삼베 수의 대신 고운 한복을 입혀달라는 당부를 조용히 전했다. 장례식장 역시 슬픔을 상징하는 하얀 국화 대신 화사하고 향기로운 붉은 장미꽃으로 가득 채워달라는 특별한 소망을 남겼다.
이성미는 평소 친자매 이상으로 각별했던 고인의 마지막 유언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슬픔 속에서도 약속을 끝까지 지켜냈다. 영원한 공주로 기억되고 싶었던 고인의 순수한 감성과 마지막 순간까지 품위를 잃지 않으려 했던 예술가적 면모가 그대로 묻어났다. 떠나는 길마저 아름답고 따뜻하게 기억되고자 했던 그녀의 유언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대중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1970년 MBC 2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 인생을 시작한 김자옥은 데뷔 직후부터 독보적인 미모와 탁월한 연기력으로 단숨에 안방극장을 평정했다. 1970년대 유지인, 장미희, 정윤희 등 쟁쟁한 트로이카 여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최고의 톱스타로 군림했다. 청순가련한 비련의 여주인공부터 당차고 개성 강한 현대 여성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연기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도전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으며 1996년 발표한 솔로 댄스곡 공주는 외로워는 대한민국 전역에 엄청난 공주 신드롬을 일으켰다. 왕관을 쓰고 분홍빛 레이스 드레스를 입은 채 코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무대를 펼치며 음반 판매량 60만 장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존의 우아한 여배우 이미지를 과감히 깨부수고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이 프로젝트는 그녀를 독보적인 만능 엔터테이너 반열에 올려놓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친근하고 정감 넘치는 국민 엄마로 완벽하게 변신하여 시청자들의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냈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소녀 같은 순수함과 엉뚱한 매력을 동시에 지닌 자옥 역을 맡아 젊은 세대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과 굳세어라 금순아 등 수많은 흥행 드라마에서 특유의 다정하고 섬세한 연기로 극의 완성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투병 중에도 연기를 향한 열정을 결코 놓지 않았던 그녀는 2013년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 출연해 진솔하고 따뜻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항암 치료로 인한 극심한 고통과 공황장애를 겪으면서도 여행 내내 밝은 미소로 동료들을 다독이며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여행 도중 마주한 작은 꽃 한 송이와 소소한 풍경에도 아이처럼 감격하던 그녀의 모습은 수많은 시청자에게 진정한 힐링과 위로를 안겼다.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이후 암세포가 폐로 전이되는 힘겨운 투병 생활 속에서도 끝까지 무대와 카메라 앞을 지키며 프로 정신을 불태웠다. 2014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연극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과 호흡하는 등 배우로서의 삶을 단 1초도 포기하지 않았다. 2014년 11월 16일 향년 63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을 때 방송계 전체와 수많은 팬은 깊은 슬픔에 잠겨 그녀의 마지막 길을 눈물로 배웅했다.
그녀가 생전에 남긴 작품들과 따뜻한 목소리는 여전히 수많은 대중의 기억 속에 살아 숨 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자 했던 영원한 공주 김자옥의 찬란한 발자취는 한국 대중문화사에 깊이 각인되었다. 고운 한복과 붉은 장미꽃 속에서 영원한 안식에 든 그녀의 맑고 고결한 예술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밝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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