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약자를 돕는 가장 손쉽고 직관적인 방법은 금전적 지원이다. 그러나 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강조했던 복지 철학은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건희 회장은 “일하기 싫어하고 놀고먹으려는 사람에게 매달 10만 원, 20만 원을 쥐여주는 것은 돕는 것이 아니라 독약을 주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단순히 돈을 건네는 것보다 스스로 소득을 얻고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진정한 도움이라는 의미였다.
이 회장이 생각한 도움의 핵심은 ‘물고기’를 건네는 데 그치지 않고 ‘낚시하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었다.

더 나아가 낚시를 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삼성이 1989년부터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추진한 탁아소 사업이다.
당시 저소득층 가정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돌봄’이었다. 맞벌이로 가계 소득을 늘리고 싶어도 어린 자녀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부모 중 한 명이 집에 남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건희 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보육과 고용이 맞물린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봤다.
이 회장의 해법은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무료 탁아 시설을 마련해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부모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계소득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한 사람이 벌어 월 50만 원 안팎을 버는 가정이라도 부부가 함께 일하면 가계소득을 150만~200만 원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는 실제 가구의 소득 변화를 집계한 통계라기보다, 탁아 시설을 통해 맞벌이가 가능해질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설명한 사례였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변화였다. 부모가 맞벌이를 통해 3~5년가량 꾸준히 일하고 저축한다면 작은 평수의 아파트라도 마련해 달동네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이 제시한 구상이었다.
이 회장은 한 가정이 스스로 땀 흘려 가난을 극복하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모습을 주변 사람들이 직접 보는 것에도 의미를 뒀다.
한 가정의 변화가 이웃에게도 “나도 열심히 일하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과 자립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결국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복지는 금전적 지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시혜에 그치지 않고 사람이 스스로 일어서도록 돕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당장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지원과 함께 일할 기회, 보육 환경, 주거 개선의 기반까지 마련해야 가난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삼성의 탁아소 사업은 이러한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돈을 직접 건네는 것보다 한 가정이 스스로 소득을 늘리고 삶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이건희 회장이 강조했던 ‘자립의 사다리’는 오늘날 복지의 역할을 생각하게 하는 하나의 사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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