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수장고 뼈 털했더니…바다판 ‘T. rex’ 신종 8,000만 년 만에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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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왕 하면 누구나 육상을 누비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최근 학계에서 육지가 아닌 백악기 바다를 주름잡던 또 다른 ‘T. rex’가 새롭게 확인되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박물관 수장고 선반 위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뼈들이 알고 보니 바다 생태계를 호령했던 완전히 새로운 지배자였습니다.
◆ 수장고에 갇혀 있던 8천만 년 전의 진짜 정체
이번 발견은 아무도 발을 딛지 않은 깊은 지층을 새로 파헤쳐 얻어낸 결과가 아닙니다. 미국자연사박물관(AMNH) 연구팀이 기존에 소장하고 있던 모사사우루스류 화석들을 다시 세밀하게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초 이 화석은 19세기부터 잘 알려져 있던 기존 종인 ‘티로사우루스 프로리게르(Tylosaurus proriger)’의 일부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준 표본과 직접 대조해 보자 단순한 개체 차이나 성장 단계의 차이라고 보기에는 명확히 다른 골격적 특징들이 드러났습니다.
연구팀이 다른 기관에 보관된 비슷한 표본 10여 점을 추가로 분석한 끝에, 기존 종류와 완전히 구분되는 신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게 새롭게 학계에 등록된 이름이 바로 ‘티로사우루스 렉스(Tylosaurus rex)’입니다.
약 8,000만 년 전 백악기 바다를 누볐던 이 녀석의 몸길이는 7.6m에서 최대 13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장 큰 개체는 대형 스쿨버스 한 대와 맞먹는 크기로, 지금까지 알려진 모사사우루스류 중에서도 단연 대형급입니다.

◆ 육상 폭군과의 차이점과 ‘렉스’라는 이름의 이유
‘티로사우루스 렉스’라는 명칭 때문에 육상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혈연관계가 아닌가 생각하기 쉽지만 둘은 엄연히 다릅니다. 육지의 티라노사우루스가 공룡에 해당한다면, 바다의 티로사우루스 렉스는 모사사우루스과에 속하는 해양 파충류입니다.
그럼에도 라틴어로 왕을 뜻하는 ‘렉스(rex)’라는 칭호가 붙은 이유는 바다 최상위 포식자로서의 생태적 지위 때문입니다.
화석 분석 결과 이 신종 해양 파충류는 턱과 목 근육이 연결되는 뼈 부위가 유독 강하게 발달해 있었습니다. 먹잇감을 강력하게 물어 흔들거나 억누르는 힘이 매우 뛰어났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톱날처럼 촘촘한 이빨 구조까지 더해져, 물고기나 암모나이트는 물론 다른 해양 파충류까지 사냥했던 백악기 해양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확인됩니다.
◆ 동족끼리 턱뼈가 부러질 때까지 싸운 흔적
이 바다의 T. rex가 상상 이상으로 거칠고 사나운 성질을 가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화석도 있습니다.
미국 페로 자연과학박물관이 소장한 ‘블랙 나이트’라는 별명의 티로사우루스 렉스 화석에서는 주둥이 끝부분이 날아가고 아래턱뼈가 크게 부러졌다가 붙은 상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치명적인 손상이 외부 포식자가 아닌, 같은 티로사우루스 렉스 개체 간의 격렬한 영역 싸움이나 주도권 다툼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거대한 몸집과 억센 턱, 그리고 동족끼리 턱이 부러질 정도로 치열하게 맞붙었던 흔적까지 수십 년 동안 박물관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화석이 현대 과학의 눈을 통해 8,000만 년 전 바닷속 서사를 다시 들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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