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년퇴직한 지 8개월 된 67세 남편이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늦잠 한번 자보는 게 소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이상하게 퇴직한 뒤에도 매일 새벽 6시면 일어났다.
씻고 옷까지 갈아입은 뒤 아내에게는 “운동 좀 하고 올게.”라며 집을 나섰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두고 간 운동화를 본 아내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간다면서 운동화는 항상 집에 있었다
처음에는 산책하러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운동화 대신 회사 다닐 때 신던 구두를 신고 나갔다. 옷도 이상했다.
동네 한 바퀴 도는 사람치고는 매일 셔츠를 입고 머리까지 단정하게 빗었다. 아내가 어디 가느냐고 물으면 남편은 늘 “그냥 좀 걷다 올게.”라고만 대답했다.

매일 출근하던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궁금해진 아내는 어느 날 조금 떨어져 남편을 따라갔다. 남편은 공원으로 가지 않았다. 평생 출근할 때 이용했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개찰구를 지나지는 않고 역 앞 벤치에 앉아 출근하는 사람들을 한참 바라봤다.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역으로 들어갈 때마다 남편의 시선도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남편은 회사 앞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한참 뒤 남편은 버스를 타고 예전에 다니던 회사 근처로 갔다. 그리고 매일 출근 전에 들렀다는 작은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창가에 앉은 남편은 회사 건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한참 바라봤다. 아내가 결국 다가가 “당신 여기서 뭐 해?”라고 묻자 남편은 깜짝 놀라며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있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여기 오면 아직 출근하는 기분이라도 들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내는 알았다. 남편이 그리워했던 것은 회사가 아니라 매일 아침 자신을 기다리는 곳이 있고, 오늘도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꼈던 시절이었다는 것을.

이 이야기는 실제 정년퇴직자의 사연과 은퇴 후 역할 상실을 경험한 사례를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실화다. 평생 일했던 사람에게 은퇴는 단순히 월급이 끊기는 일이 아니다. 매일 갈 곳과 만날 사람, 자신을 설명해주던 직함까지 한꺼번에 사라지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은퇴 후에는 가족의 관심과 함께 새로운 일과 취미, 사람을 만나며 다시 자신의 하루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쩌면 사람에게 가장 서러운 순간은 늙었다는 사실보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오늘 나를 기다리는 곳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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