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한 회사에서 34년을 일한 62세 남편이었다. 퇴직하는 날 아내는 남편이 홀가분한 얼굴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반찬을 준비하고 작은 케이크까지 사놓았다. 그런데 저녁 7시가 넘어 집에 들어온 남편은 “다녀왔어.”라는 말만 남긴 채 방으로 들어갔다.

퇴직 기념으로 받은 꽃다발을 현관에 내려놓았다
아내가 “오늘 회사에서 송별회 잘해줬어?”라고 물었지만 남편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손에는 꽃다발과 작은 상자가 들려 있었다. 상자 안에는 34년 근속을 기념하는 감사패가 들어 있었다.
아내가 “그래도 당신 정말 고생했다.”고 말했지만 남편은 감사패를 한참 바라보다 조용히 서랍 안에 넣었다.

저녁을 먹다가 휴대전화를 계속 확인했다
평소에는 퇴근 후에도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후배가 업무를 물어보고 거래처에서 연락이 오면 귀찮다며 휴대전화를 뒤집어놓곤 했다.
그런데 그날은 식탁 위에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화면이 켜질 때마다 확인했다. 송별 인사 몇 개가 도착했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전화는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남편은 자신도 모르게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가 내일 뭐 할 거냐고 묻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들기 전 아내가 별생각 없이 말했다. “그래서 당신 내일부터 뭐 할 거야?” 남편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할 이유도, 입고 나갈 양복도, 자신을 기다리는 책상도 이제 없다는 사실이 그 질문 하나에 한꺼번에 실감났기 때문이다.
한참 뒤 남편은 겨우 입을 열었다. “나 내일부터는 어디로 가야 하지?” 그 말을 하고는 다시 입을 닫았다. 남편이 그날 밤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은 회사를 그만둔 것이 서러워서만이 아니라 34년 동안 회사원이었던 자신이 사라진 뒤 무엇으로 살아야 할지 아직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퇴직은 직장 하나를 그만두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때가 있다. 매일 만났던 사람과 사회적 역할, 하루의 일정까지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찾아야 하는 시간이 시작되기도 한다.
그래서 은퇴를 앞두고 준비해야 할 것은 통장에 들어갈 돈만이 아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준비는 명함에서 직함이 사라진 뒤에도 아침에 일어나 내가 갈 곳과 할 일을 하나씩 만들어두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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