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개봉작도, 화려한 블록버스터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여름 조용히 개봉한 이 음악 영화는 입소문만으로 340만 관객을 넘어서며 역대 다양성 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 이야기입니다.

무너진 두 사람이 뉴욕에서 만났을 때
이야기는 인생의 바닥에서 시작합니다. 스타가 된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싱어송라이터 그레타, 그리고 한물간 음반 프로듀서 댄.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그레타의 노래를 들은 댄은 그 자리에서 그의 재능을 알아봅니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두 사람은 연인이 아니라 음악으로 연결된 동료로 남는데, 뻔한 로맨스를 비켜 간 이 선택이 오히려 영화의 품격을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죠.

도시 전체가 녹음실이 되는 마법
돈이 없어 스튜디오를 빌릴 수 없던 두 사람은 뉴욕의 거리에서 앨범을 녹음하기로 합니다. 골목, 옥상, 지하철역, 센트럴파크까지. 도시의 소음마저 반주가 되는 야외 녹음 장면들은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힙니다. 음악이 흐르는 순간마다 뉴욕의 풍경이 함께 담겨, 보는 것만으로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는 관객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워낭소리를 넘어선 340만의 기적
개봉 당시 이 영화의 흥행은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한여름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조용히 출발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래 머물렀고, 결국 34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당시 역대 다양성 영화 1위였던 ‘워낭소리’의 293만 기록을 넘어서는 새 역사였죠. 광고가 아니라 관객이 관객을 부른, 교과서적인 입소문 흥행이었습니다. 그해 가을까지 극장에 걸려 있었을 만큼 뒷심이 길었고, 재개봉 요청이 이어질 정도로 여운이 깊은 흥행이었습니다.

OST로 다시 사는 영화
‘비긴 어게인’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OST로 오래 사랑받았습니다. 극 중 노래들이 음원 차트를 역주행했고, 카페와 거리 어디서든 이 영화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던 시절이 있었을 정도니까요. 음악 영화의 성공 공식을 다시 증명한 사례로, 이후 국내에 비슷한 감성의 음악 영화 붐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날의 처방전
제목처럼 이 영화는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일이 꼬이고 마음이 지친 날, 이어폰을 꽂고 이 영화를 켜 보세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이면, 나도 내 인생의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틀어보고 싶어질 겁니다. 여름밤 산책길에 어울리는 사운드트랙과 함께라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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