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지마을에 세워진 비밀 사원

전라남도 보성군 문덕면 천봉산 깊은 산골 오지마을에는 한국의 히말라야로 불리는 이국적인 비밀 사찰 공간이 숨겨져 있다. 백제 시대 서기 503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유서 깊은 천년고찰 대원사 곁에 티베트 불교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 대원사 티벳박물관이 당당히 자리 잡았다. 2001년 문을 연 이 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티베트 전문 박물관으로 독특한 건축 양식과 1000여 점이 넘는 진귀한 유물들을 품고 있다.
대원사 주지 현장 스님은 1987년 인도 다람살라를 직접 방문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14대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고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중국의 티베트 무력 침략과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수많은 사원이 불타고 불상들이 고철로 팔려나가는 참극을 목격한 스님은 파괴될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 수집에 뛰어들었다. 인도와 네팔 및 부탄 등지를 15년 넘게 오가며 목숨을 걸고 구해낸 귀중한 유물들을 한국의 보성 오지 산골로 안전하게 모셔왔다.

박물관 내부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달라이 라마의 공식 직인이 찍힌 화폐와 티베트 고승들의 영롱한 사리가 엄숙하게 봉안되어 있다. 사람의 머리가죽으로 만든 전통 북과 대퇴골로 제작한 나팔 등 티베트 밀교의 깊은 영적 세계를 보여주는 신비로운 법구들이 빼곡하다. 고국을 떠나 타국을 떠도는 티베트 망명정부 고위 인사들과 국내 거주 티베트인들은 이곳을 찾아 고향 땅을 바라보며 눈물의 기도를 올린다.
박물관 지하 전시관에는 티베트 고유의 독특한 장례 의식인 천장 문화를 생생히 보여주는 죽음 체험관과 다르마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영혼이 떠난 육신을 독수리에게 온전히 내어주며 집착을 내려놓는 티베트 특유의 생사관과 무소유 철학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관 속에 직접 누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임종 체험을 통해 죽음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마주하고 깊은 성찰을 얻는다.
박물관 바로 곁에 위치한 대원사 경내로 들어서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숨진 태아 영가들을 위로하는 지장보살 성지가 장엄하게 펼쳐진다. 경내 야외 마당과 숲길 주변에는 수백 개의 작은 동자 석상들이 붉은 털모자와 턱받이를 착용한 채 줄지어 늘어서 있다.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이 직접 정성스레 손뜨개질한 빨간 모자를 씌워주며 흘린 애절한 눈물과 슬픔이 곳곳에 서려 있다.
대원사는 백제 무령왕 시절 세워진 뒤 수많은 전란을 겪으며 불탔으나 극락전 내부에 보물 제1861호 관음보살 및 달마대사 벽화를 간직한 유서 깊은 기도처다. 천년 세월을 묵묵히 버텨온 한국 전통 산사와 이국적인 티베트 사원 양식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찰로 이어지는 5.5km 길이의 울창한 벚꽃길 터널을 지나 닿는 오지 사찰은 고요한 평화 속에 말 못 할 처연함을 동시에 뿜어낸다.
단순한 시골 마을의 관광지를 넘어 국가와 민족의 비극을 겪은 티베트의 아픈 역사와 부모들의 가슴 시린 모성애가 한 공간에서 숨 쉰다. 중국의 탄압을 피해 탈출한 망명 민족의 혼과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스러져간 어린 영혼들이 이곳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낯선 오지 산골에서 마주하는 이국적인 사원의 풍경은 삶과 죽음의 본질적인 의미를 우리에게 되묻는다.
보성의 산자락 끝자락에 세워진 이 기묘하고 아름다운 사원은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묵직한 울림과 깊은 평온을 선사한다. 티베트의 찬란한 정신문화와 한국 불교의 자비 사상이 하나로 융합되어 국경을 초월한 치유의 안식처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삶의 무게에 지친 현대인들은 이 오지 사원에 머물며 죽음의 미학과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