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종사노조, 노동쟁의 조정 신청하며 10년 만에 파업 가능성 대두
- 서열순위 기준 놓고 노사 이견 지속, 임금·휴식시간 등도 쟁점
- 노조, 본사·공항서 집회 예고하며 사측 압박 수위 높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12월 17일로 예정된 가운데, 조종사 서열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사측과 노조 간 극한 대립으로 번지고 있다. 양사 조종사노조 간 법적 다툼으로까지 확산된 데다, 임금과 휴식시간, 비행수당 등 현안도 남아 있어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다. 2016년 이후 10년 만에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통합을 앞둔 항공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번 갈등의 중심에는 조종사 서열순위(시니어리티) 제도가 있다. 시니어리티는 기장 승격 시점, 대형기 전환, 교관 및 검열 보직, 각종 수당 산정 등 조종사의 인사와 처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다. 대한항공은 1000시간, 아시아나항공은 250시간의 비행경력을 각각 조종사 채용 요건으로 두고 있어, 통합 이후 이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이견이 첨예하다. 노조는 단체협약 제24조에 따라 운항승무원 서열순위제도는 노사 합의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서열 기준을 결정하는 데 반발하고 있다.
노사 간 협상은 지난해 8월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된 이후 12차례 교섭에도 불구하고 결렬됐다. 이후에도 2024년 단체협약과 2025년 임금협약을 두고 30차례 협상을 이어갔으나, 조종사 서열 기준과 임금, 휴식시간, 비행수당 등을 둘러싼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임금 3.3% 인상, 10시간 이상 비행 시 전 노선 현지 30시간 휴식 보장, 출두 시각부터 비행수당 산정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임금 2.7%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는 2016년 이후 약 10년 만의 조정 신청이다. 노조는 앞서 8월 24일 ‘조정 전 지원’ 절차를 시도했으나, 회사의 동의가 없어 본 조정 신청으로 넘어갔다. 조정기간은 신청일부터 15일간이며, 노사 합의 시 15일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조정이 결렬될 경우, 지난 4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확보한 합법적 쟁의권을 바탕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외부 컨설팅을 거쳐 양사 조종사 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안전 운항을 확보할 수 있는 중립적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서열 기준의 산출 근거와 시뮬레이션 전제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객관성 검증이 어렵다고 반박했다. 특히 대한항공 민간경력 조종사의 입사 시점과 관련해, 비행경력 1000시간을 채운 뒤 입사한 조종사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갈등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조종사노조 간 법적 분쟁으로도 비화됐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5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를 고소했고, 경찰은 7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을 조사했다. 이 밖에도 노조는 14일부터 20일까지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자택 인근 등에서 집회를 열어 사측을 압박할 계획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2일 사측과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통합 전 마지막 임금협상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잠정합의안에는 통합 이후 임금체계와 근속연수 기준이 반영됐으며, 조합원 찬반투표는 10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다. 일반·기술·객실승무원으로 구성된 대한항공 노조 역시 7월 7일 임단협을 타결해 기본급 2.5% 인상과 통합 특별격려금 20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2016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2005년 파업 당시에는 약 1000편의 항공편이 결항됐고, 2016년 파업 때는 임금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일주일간 파업이 이어졌다. 다만 항공운수사업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있어,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는 운항은 유지된다.
문형철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조종사 서열은 조종사 손으로 정해져야 한다”며 “회사가 양쪽 조종사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서열을 정한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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