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은퇴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이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바쁘게 채우던 할 일이 사라지면 하루가 길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따라온다.
귀농이나 귀촌은 그 빈 시간을 단숨에 바꿔 줄 답처럼 보이지만, 남은 시간을 생각할수록 한 번의 결심보다 작은 시험이 먼저다.

1. 정착할 집보다 살아 볼 집을 먼저 구한다
마음에 든 마을에서도 며칠을 직접 지내 보면 여행 때는 보이지 않던 생활의 결이 드러난다. 아침 햇빛이 드는 방향, 장을 볼 곳까지의 거리, 밤의 적막과 이동의 불편을 몸으로 겪어야 그곳이 구경할 곳인지 살아갈 곳인지 구분된다.
숙소는 근사할 필요 없이 밥을 짓고 빨래하며 실제 생활을 흉내 낼 수 있는 집이면 충분하다.
2. 텃밭은 작게 빌려 하루의 리듬을 본다
넓은 밭을 상상하기보다 며칠 동안 물을 주고 흙을 만질 작은 텃밭부터 살핀다. 허리를 굽히는 일이 즐거운지, 비가 온 뒤 진흙길을 감당할 만한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고 싶은지를 확인한다.
귀촌의 만족은 풍경보다 매일 반복할 수 있는 동작에서 갈리며, 작은 수고가 하루를 채우는 기쁨이 되는지도 이때 드러난다.
3. 불편을 실패가 아니라 자료로 적는다
버스가 드물고 밤이 너무 조용하며 벌레가 낯설다는 느낌을 숨길 필요가 없다. 불편한 순간마다 돌아가고 싶은지, 방법을 찾아보고 싶은지 짧게 적으면 기대와 현실이 분리된다. 남은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참아야 할 불편과 익숙해질 수 있는 불편을 구별하는 일이 집을 고르는 일보다 먼저다.
4. 돌아갈 날짜를 정하고 내 마음을 확인한다
싱어송라이터 이승윤이 오랜 시간 깊은 산속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며 전한 통찰은 화려한 성공보다 스스로 삶을 꾸리는 힘에 가깝다. 그렇다고 모든 시니어가 거친 자연에 정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며칠 살아 보는 동안 밥을 차리고 텃밭을 돌보고 조용한 저녁을 보내며 혼자서도 하루를 세울 수 있는지 보면 된다. 돌아갈 날짜가 정해져 있으면 불편을 견디는 척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더 정직하게 볼 수 있다.
마지막 날에는 계약서를 꺼내지 말고 처음 도착했을 때보다 마음이 편안해졌는지만 살핀다.
해 질 무렵 빌린 집 마당에서 호스로 흙을 씻는다. 현관 옆에는 장을 보고 돌아와 내려놓은 천 가방이 있고, 처마 아래에는 흙 묻은 신발 한 켤레가 놓여 있다. 다음 날 아침에도 그 신발을 다시 신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조용히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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