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 65세인 법적 노인 기준을 75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논의가 국가적 화두로 떠올랐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의 기대 수명에 맞춰진 기준이 인구 절벽 시대의 재정 파탄을 초래할 시한폭탄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연금 지출 부담이 2050년 GDP의 41.4%에 달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가파른 재정 악화를 겪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정부 용역 보고서는 노인 연령 상향 강도에 따른 세 가지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3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올려 70세로 조정하거나, 내년부터 2년마다 빠르게 올리는 방안이 검토 대상이다.
특히 잔존 수명에 맞춰 기준을 자동 조정해 75세까지 높일 경우, 2065년까지 최대 603조 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재정 당국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파격적인 예산 절감 수치 이면에는 은퇴를 앞둔 5060 세대의 생존권 위협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다.
정년은 60세인데 연금 수급이 75세로 밀려나면 무려 15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여 노후 안전망이 사실상 해체되기 때문이다.
지하철 무임승차부터 임플란트 지원까지 65세 기준으로 설계된 각종 복지 혜택이 증발할 경우 취약 계층 노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

독일과 일본은 자동조정 기제를 도입해 재정 안정을 꾀했으며, 스웨덴은 최저보증연금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프랑스는 충분한 합의 없이 수급 연령을 늦추려다 전국적인 저항과 정치적 리스크를 겪었으며, 칠레는 민간 중심 개혁 이후 노인 빈곤율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맛보았다.
이는 재정 건전성 확보만큼이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개혁의 필수 조건임을 시사한다.

정부는 연령 상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저소득층을 더 두텁게 보호하는 하후상박식 개편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정된 재원을 모든 노인에게 나누기보다 빈곤층에 집중 투입하여 재정 효율성과 노후 보장의 균형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정년 연장이나 고령자 재고용 등 노동 시장의 구조적 개편이 병행되어야만 비로소 실효성 있는 연금 개혁이 완성될 전망이다.

재정 수치와 국민의 삶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이번 연금 개혁의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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