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수괴’ 아버지의 길 거부한 아들… 붓을 들고 평화를 그린다

2001년 9·11 테러를 주도하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알카에다의 수괴 오사마 빈 라덴. 그의 수많은 자녀 중 한 명인 넷째 아들 오마르 빈 라덴(Omar bin Laden, 1981년생)은 피와 폭력으로 얼룩진 가문의 굴레를 거부하고 화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마르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 지대를 전전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아들들을 전사로 키우고자 혹독한 군사 훈련을 시켰고, 독가스 등 화학무기 실험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마르는 아버지가 강요한 지하드(성전)의 길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특히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테러 행위는 종교적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확신했다. 결국 그는 2001년 초, 9·11 테러가 발생하기 불과 수개월 전 아프가니스탄 토라보라의 은신처를 떠나 아버지와 공식적으로 결별을 선언했다.
이후 오마르는 2009년 자서전 *’빈 라덴으로 자라며(Growing Up bin Laden)’*를 출간해 아버지의 잔혹한 훈육 방식과 알카에다의 실체를 폭로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를 혈육으로서 사랑할 수는 있어도 그가 저지른 짓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9·11 테러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평화의 가치를 역설해 왔다.
극단주의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오마르는 프랑스 노르망디에 정착해 목가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말을 돌보고 컨트리 음악을 들으며 유년기의 지독한 트라우마와 우울증을 달랬고, 그 과정에서 붓을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화폭을 채운 주요 소재다. 오마르의 그림에는 아버지가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증오했던 미국의 풍경이 자주 등장한다. 광활한 미국 서부의 사막, 붉은 암석 협곡, 한적하게 풀을 뜯는 말, 그리고 고요한 밤하늘의 달빛이 소박하고도 서정적인 필치로 담겼다.
미술계와 외신은 그의 작품 세계를 두고 “어린 시절 겪은 전쟁의 참상과 피비린내 나는 폭력에 대비되는 평온에 대한 갈망”이라고 평가한다. ‘빈 라덴’이라는 악명 높은 성씨가 평생 지우지 못할 낙인이었지만, 그에게 캔버스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온전한 자아를 마주하는 유일한 해방구 역할을 한 셈이다.
오마르는 과거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림을 그릴 때 비로소 내면의 평화를 찾는다”며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피와 무기가 없는 고요함, 그리고 세상 모든 이들이 누려야 할 평화”라고 밝힌 바 있다. 살육과 증오의 상징이었던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자란 아들은, 이제 아버지가 파괴하려 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복원하며 참회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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