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개인의 의지만큼이나 공간 구조가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같은 가족이라도 벽과 문으로 생활 공간이 나뉘어 자주 마주치지 않으면 대화할 기회가 줄고, 혼자 지내는 일이 익숙해지면서 관계도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건축가이자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인 유현준은 공간 구조가 사람의 생각과 소통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왔다.


특히 닫힌 구조의 아파트는 생활하기 편리하지만 가족 간 대화를 줄이고 사회적 고립을 심화할 수 있다는 그의 지적은 중년 이후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3위 서로의 움직임이 보이는 자리
가구를 바꾸기 전에 가족이 서로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자리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방문을 닫은 채 각자의 화면만 보는 대신 거실 한쪽에 함께 차를 마실 작은 자리를 두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기가 쉬워진다.
식탁이나 소파의 방향을 조금만 바꿔도 서로 눈이 마주치고 안부를 물을 기회가 생긴다. 공간이 대화를 강제로 만들지는 않지만, 가족이 자주 마주치게 해 대화를 시작할 계기는 마련해 준다.
2위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있는 골목
집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계속 안에 머물기보다 사람들이 오가는 곳으로 나가야 한다. 현관 밖 골목을 천천히 걷거나 이웃과 눈인사를 나누고 작은 가게 앞에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생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목적지까지 곧바로 이동할 때는 지나치기 쉬운 이웃의 얼굴과 계절의 변화도 골목에서는 눈에 들어온다. 특별한 목적 없이 오갈 수 있는 길이 있으면 혼자라는 느낌이 줄고 바깥사람들과 다시 접촉할 수 있다.
1위 자연과 사람이 함께 보이는 공간
마당이나 공원처럼 자연과 사람이 함께 보이는 곳에 있으면 방 안의 걱정에만 머물던 시선을 바깥으로 돌릴 수 있다. 나무가 흔들리고 햇빛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한 가지 걱정에 붙잡혀 있던 생각도 잠시 다른 곳으로 향한다.
큰 집이나 멋진 건물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창가의 의자를 바깥쪽으로 돌리고 커튼을 걷거나 가까운 녹지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있다. 머무는 공간을 조금만 개방해도 다른 사람과 자연을 보고 느낄 기회가 늘어난다.
늦은 오후, 닫혀 있던 창문을 열자 방 안에 오래 머물던 공기가 빠져나간다. 창가에 앉은 사람은 맞은편 벽이 아니라 골목의 나무와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잠시 뒤 의자를 밀고 일어나 현관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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