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삿돈을 챙기려 대기업에 들어간 수상한 경리과장이, 얼떨결에 직장인들의 영웅이 되어버린다면 어떨까요. 2017년 KBS 수목극 ‘김과장’은 이 유쾌한 역발상으로 최종회 시청률 17.2%를 찍으며 그해 상반기 안방을 접수한 오피스 코미디의 전설입니다. 남궁민이라는 배우의 코믹 연기가 만개한 작품이기도 하죠.

수상한 과장님의 수상한 입사
남궁민이 연기한 김성룡은 지방에서 잔뼈가 굵은 회계의 달인입니다. 큰물에서 한몫 챙기겠다는 흑심으로 TQ그룹 경리부에 들어오지만, 어쩌다 보니 부당하게 당하는 직원들을 자꾸 구해주게 되죠. 본인은 의인이 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자꾸 의인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 이 캐릭터의 매력이 드라마 전체를 끌고 갑니다. 능글맞은 사투리 섞인 말투와 과장된 몸개그, 그러다 결정적 순간에 보여주는 진지한 눈빛까지. 남궁민은 이 극과 극의 온도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김성룡을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만들었습니다.

경리부에서 벌어지는 통쾌한 반격
회계 장부와 결재 서류가 무기가 되는 드라마는 흔치 않습니다. ‘김과장’은 부당 해고, 갑질, 비자금 같은 직장인의 현실적인 적들을 경리부의 시선으로 하나씩 격파하며 통쾌함을 안겼죠. 킹받는 상사를 향한 사이다 대사들이 매회 화제가 되며, 출근길 직장인들의 대리만족 드라마로 불렸습니다. 정의로운 척하지 않으면서 정의를 구현하는 이 드라마 특유의 화법은 이후 오피스물의 좋은 교본이 됐습니다.

17.2%, 수목극을 접수한 코미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최종회 시청률 17.2%. 정통 멜로도, 장르물도 아닌 오피스 코미디가 거둔 성적이라 더 값진 기록이었습니다. 남궁민은 이 작품으로 그해 K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었고, 이후 믿고 보는 배우의 길을 걷게 됩니다. 준수한 조연들의 코믹 열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경리부 식구들 한 명 한 명이 캐릭터로 살아 움직이며 팀플레이 코미디의 재미를 완성했죠.

웃음 뒤에 남는 직장인의 위로
‘김과장’이 특별한 것은 마냥 웃기기만 한 드라마가 아니라서입니다. 부조리 앞에서 움츠러들던 평범한 직원들이 조금씩 용기를 내는 과정은, 웃음 끝에 뭉클함을 남기죠. 상사 때문에 속이 끓는 날, 김과장의 사이다 한 방으로 스트레스를 씻어내 보세요. 정주행하다 보면 어느새 월요일이 두렵지 않아질지도 모릅니다. 웃음의 밀도만큼은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