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자녀가 다녀간 뒤 집이 조용해지면 앞으로 남은 날도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말은 여전히 불길하게 들리지만, 웰다잉 교육 신청서에 이름을 적는다고 해서 삶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가족에게 맡겼던 생의 마지막 선택을 자신이 직접 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1. 내 이름으로 첫 결정을 한다
가족을 돌보며 살아온 사람도 나이가 들면 점차 돌봄을 받는 처지가 된다. 자녀가 약과 병원 일정을 챙겨 줘도 고마움보다 답답함이 앞서는 이유다.
신청서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직접 적는 일은 달라진 역할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이 결정할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2. 감정과 결정을 나누어 적는다
죽음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꺼내면 자녀는 먼저 걱정하고, 부모는 그 걱정을 간섭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럴 때는 자세히 설명하려 하기보다 교육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한 문장으로 적는 편이 낫다.
치료 선택과 장례 방식, 남길 물건처럼 말로 꺼내기 어려웠던 주제를 글로 적으면 서로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결정할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3. 남은 날보다 오늘을 바라본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자 작가인 남궁인은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과 인간이 지켜야 할 존엄과 연민을 전해 왔다.
이런 관점에서 웰다잉은 먼 훗날 필요한 절차를 미리 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소한 불평을 줄이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한 끼를 제대로 나누며 오늘을 살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4. 부탁할 일과 결정할 일을 구분한다
죽음을 준비한다고 해서 모든 답을 한꺼번에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 날짜를 달력에 표시하고, 궁금한 점을 세 줄 적은 뒤 자녀에게 신청 사실을 차분히 알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자녀가 대신 판단하려 한다면 도움을 청할 일과 자신이 정할 일을 구분해 말한다. 이동할 때는 도움을 받더라도 상담 내용은 직접 선택하겠다고 분명히 밝히는 식이다. 돌봄을 받게 됐다고 해서 자신의 삶에 관한 결정까지 다른 사람에게 맡길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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