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일흔인 나는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딸이 결혼한 지 벌써 12년이 됐지만 사위와는 아직도 어딘가 조심스러운 사이다. 사위가 무뚝뚝한 성격이라 전화도 자주 하지 않고 명절에 만나도 살갑게 말을 건네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명절이 지나고 사위가 집에 다녀간 뒤 현관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나는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명절이 끝난 다음 날 사위가 혼자 찾아왔다
이번 명절에는 딸네 가족이 처가에 오지 않았다. 시댁 일정이 길어졌다며 미안하다고 딸에게 전화가 왔고 나는 괜찮다며 다음에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명절 다음 날 오후, 사위가 혼자 집에 왔다.
“장모님, 잠깐 들렀어요.”
사위는 과일 한 상자를 내려놓고 집 안을 한 바퀴 둘러봤다. 그러더니 현관에서 신발을 신다가 갑자기 물었다. “장모님, 요즘 밖에 나가실 때 이 신발 신으세요?”
내가 매일 신던 낡은 운동화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위가 이상할 정도로 현관을 오래 보고 있었다
“동네 다닐 때 그냥 신지. 아직 멀쩡해.”
내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사위는 운동화 밑창을 한번 살펴봤다. 그리고 현관 바닥까지 한참 바라봤다.
며칠 전 눈이 왔을 때 내가 집 앞에서 미끄러졌다는 이야기를 딸에게 했던 것이 떠올랐다. 다친 곳은 없어서 나도 잊고 있었다.
사위는 별말 없이 “다음에는 이런 신발 신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돌아갔다.
나는 속으로 조금 웃었다. 평소에는 말 한마디 없는 사람이 갑자기 신발 잔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문을 닫으려다 현관 구석에 놓인 것을 발견했다
사위가 돌아가고 문을 닫으려는데 현관 한쪽에 처음 보는 종이봉투가 놓여 있었다.
안에는 새 운동화 한 켤레가 들어 있었다. 화려하지도 비싸 보이지도 않는 평범한 운동화였다. 그런데 신발 밑창을 보니 미끄럼이 덜한 형태였고 옆에는 작은 메모가 하나 붙어 있었다.
“장모님, 이건 동네 다니실 때 신으세요. 사이즈 안 맞으면 꼭 말씀하시고요.”
그 아래에는 한 줄이 더 적혀 있었다.
“넘어지시면 저희가 더 걱정됩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사위에게 비싼 선물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내가 무심코 했던 이야기를 딸에게서 듣고, 우리 집 현관에 놓인 낡은 신발까지 살펴본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그날 저녁 딸에게 전화해 사위 이야기를 했더니 딸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넘어졌다는 얘기 듣고 그 사람이 며칠 동안 신발만 찾아봤어. 엄마가 비싼 거 사주면 안 신는다고 편한 걸로 고른 거야.”
그제야 알았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전화를 자주 하고 어떤 사람은 살갑게 말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낡은 신발 한 켤레를 기억한다.
이 이야기는 실제 장인 장모와 사위 사이에서 있었던 여러 사연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실화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울리는 것은 비싼 선물보다 “당신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누군가의 작은 관심일 때가 있다. 말이 적다고 마음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현관에 조용히 놓인 신발 한 켤레가 더 깊은 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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