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결혼식 축의금 명단을 주더니..” 한 이름을 보고 한참 앉아 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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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외아들이 결혼했다.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며칠 뒤 아들이 축의금 명단을 정리해 가져왔다. 누가 얼마를 했는지 확인하고 나중에 경조사가 생기면 잊지 말고 챙기라는 뜻이었다.
별생각 없이 명단을 내려다보다가 한 사람의 이름 앞에서 손이 멈췄고, 나는 한참 동안 그 종이를 덮지 못했

처음에는 동명이인인 줄 알았다
명단 아래쪽에 오래전에 잊고 지냈던 이름 하나가 적혀 있었다.
20년 넘게 함께 일했던 회사 동료였다. 퇴직 후 처음 몇 년은 가끔 전화했지만 사는 곳이 멀어지고 서로 집안일이 생기면서 연락이 자연스럽게 끊겼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것도 벌써 7년 전이었다.
나는 아들에게 물었다.
“이 사람 결혼식에 왔었니?”
아들은 잠시 명단을 보더니 말했다.
“아, 그 아저씨요? 아빠 친구라고 하시던데요.”

아들은 그 사람이 결혼식장에서 했던 말을 전해줬다
그 친구는 예식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혼자 왔다고 했다. 나를 찾았지만 정신없이 손님을 맞이하던 때라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아들이 식장에서 인사를 하자 친구는 아들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네 아버지가 옛날에 나한테 큰 도움을 준 적이 있어.”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바로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다 한참 뒤 30년도 더 된 일이 떠올랐다.
그 친구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던 날이었다. 당시 형편이 어려웠던 친구에게 나는 가지고 있던 돈을 빌려줬고 며칠 동안 그의 일을 대신 맡아줬다.
나에게는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린 일이었다.

축의금 봉투 뒤에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아들이 명단과 함께 봉투 하나를 건넸다.
“아빠, 이것도 같이 보세요.”
친구가 냈던 축의금 봉투였다. 뒤쪽에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때 네가 도와준 덕분에 아버지 마지막을 지킬 수 있었다. 네 아들 장가가는 날은 꼭 가고 싶었다.”
나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30년 전 내가 별생각 없이 건넸던 도움이 한 사람에게는 평생 잊히지 않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축의금이 얼마인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연락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았던 세월이 미안했고, 그 긴 시간이 지나도록 내 아들의 결혼식을 기억해 찾아와준 친구가 고마웠다.

나는 그날 저녁 한참 망설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왔으면 얼굴이라도 보고 가지 그랬냐.”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네가 정신없어 보여서 그냥 갔다. 아들 잘 키웠더라. 그것만 보면 됐지.”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웃었다. 그리고 다음 주에 둘이 밥을 먹기로 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중년과 노년 세대가 자녀의 결혼식과 경조사를 겪으며 마주한 여러 사연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실화다. 살면서 베푼 작은 친절은 대부분 기억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내가 잊었다고 해서 상대의 기억에서도 사라진 것은 아닐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경조사 명단에 남는 것은 돈의 액수만이 아니다. 어떤 이름 옆에는 그 사람과 함께 지나온 수십 년의 세월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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