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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턴’ 한소희의 그늘과 깡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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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한소희 배우 인터뷰는 1부로부터 이어집니다.

〈인턴〉

〈인턴〉

후반부 하이라이트 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자카야에서 선우는 기호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사정을 고백하는데요. 대선배 앞에서 그 감정을 꺼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잠도 못 자고 갔어요. 선배님이 저를 위해서 “이 신은 소희가 정말 집중해야 되는 신이다” 하면서 세트를 만들자고 제안해 주셨어요. 보통은 그냥 일본 현지 선술집 빌려서 찍을 수도 있는 건데, “무조건 주위 방해 안 받고 우리 둘이 집중해야 되는 신”이라고 감독님한테 미리 말씀하셔서 선술집 세트를 만들어 주신 거예요. 유독 중요한 신이니까 저는 촬영 날 혼자 있으면서 생각 좀 하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선배님이 저한테 장난을 되게 많이 거시는 거예요. ‘왜 이러시지’ 싶었는데, 아마 선배님이 저를 선우이자 소희로 있게 하고 싶으셨나 봐요. 기호가 건네는 “정신 차려”라는 대사가, 대본에 원래는 “대표님이 만약 제 딸이었으면 이랬을 것 같습니다, 정신 차려”라는 순서로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앞뒤로 바꾸신 거예요. 최민식 선배님은 제가 이 신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본연의 감정이 안 드러난다고 생각하셨는지, 저를 그냥 오로지 소희로 있게 해 주셨어요. “너는 젊고 유능하고 앞으로 모든 걸 할 수 있어”라는 대사를 제가 선우로서 받아들인 것도 있지만, 한소희로서 듣기도 했어요. 그때 집중할 수 있게 선배님이 정말 많이 배려해 주시고 도와주셨어요.

최민식 배우님은 그 대사 순서를 바꾼 사실을 배우님께는 알리지 않고 감독님에게만 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촬영 당시 정말 놀라셨을 것 같은데요.

제가 이 대사 하면 다음에 선배님이 “만약 제 딸이었다면”이라는 말을 하셔야 되는데, 갑자기 “정신 차려”가 나오니까 진짜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그냥 그 감정을 이어서 갔어요. 그렇게도 한 번 찍고, 원래 대본대로도 한 번 찍었는데, “정신 차려”가 먼저 나온 게 훨씬 좋아서 그 신이 완성본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인턴〉
〈인턴〉

극 중 선우의 집에 걸려 있는 그림은 배우님이 직접 그리신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거 제가 취미로 그리는 드로잉이에요. 〈마이 네임〉 때도 그랬고, 〈알고있지만,〉 때도 그랬고, 늘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 방에는 제가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거든요. 이번에 감독님도 제 그림들 너무 좋아해 주셔서 미술감독님이랑 상의해서 몇 개 넣기로 했어요. 선우가 디자인하는 친구니까 그림을 쓰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요.

원작 팬이라고 밝히셨는데, 감독님이 선우 캐릭터에 준 변주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캐릭터의 마지막 선택은 원작과 완전히 다른데요. 연기한 입장에서는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촬영에 임하셨나요.

선우라는 캐릭터 설정상 본인 주체가 되게 중요한 캐릭터고, 자기 꿈이나 지나간 인연에 후회 안 하는 캐릭터다 보니까, 민욱(강태오)이랑 헤어질 때도 “너 왜 바람 피웠어”라면서 이유를 물으며 헤어지는 게 아니라 “나는 너 사랑한 것도 후회 안 하고, 헤어지는 것도 후회 안 해”라고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선우가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을 그 장면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한소희 배우(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한소희 배우(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감독님은 배우님에게 “그늘과 깡”이 있다고 했고, 최민식 배우님은 “불안이 있는데 그게 배우로서 잘 드러난다”고 평했습니다. 이 평가를 스스로는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실제로 연기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늘 작품 준비할 때 저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완벽하지 않고, 아직 미완성된 사람이라고 늘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 저를 벼랑 끝으로 몰아놓는 성향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선배님한테는 불안정한 느낌으로 비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저도 생각을 좀 바꾼 게, 언제까지 그런 제 성향 가지고 연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캐릭터와 교집합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는 하겠지만, 이제는 그런 걸 조금 버리고 안정화된 상태에서 뭔가를 이끌어 가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봐주신 것은 너무 고맙지만, 저는 거기서 더 발전하고 싶어요.

이번 작품에서 스스로를 가장 벼랑 끝으로 몰았던 순간이 있다면요.

민식 선배님이랑 처음 면접 보는 신 찍을 때, 그때 진짜 너무 떨려서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지’ 싶었어요. 기호랑 선우가 확 스며드는 장면들이 몇 개 있어요. 오란다 신도 그렇고, 창고 신도 그렇고요. 이게 되게 역설적인 발상이긴 한데, 저는 저를 구석으로 밀어 넣고 있으면서도 현장에서는 엄청 태연한 척을 해요. “뭐, 그냥 내가 하던 대로 하면 되지” 이러면서 속으로는 엄청 걱정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저는 현장 믿고, 감독님 믿고, 상대 배우 믿는 편이라서 그런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앞서 말한 창고 신에서도 최민식 선배님이 “저기 토끼 두 마리 안 보이세요?”라고 애드리브를 하셔서 제가 ‘찐’으로 정말 맥주를 선배님 바지에 뿜었어요. 그만큼 최민식 선배님을 믿고 촬영에 임했던 것 같아요.

한소희 배우(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한소희 배우(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그렇게 원하셨던 대선배 최민식 배우와 영화 작업을 함께하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요.

선배님은 현장에 늘 2시간씩 일찍 오세요. 가장 먼저 출근하셔서 가장 늦게 퇴근하시는 분이세요. 선배님은 자기 신도 아닌데 모니터 뒤에 늘 계시거든요. 근데 그렇다고 현장에서 막 이래라저래라 하는 성격도 아니세요. 오히려 현장을 즐겁게 만들어 주세요. 연기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런 태도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촬영 다 끝났을 때 느낀 건, ‘아, 최민식이라는 선배님은 나한테 정말 넘을 수 없는 큰 산 같은 존재구나’ 였어요. 그래서 촬영하면서 자괴감 느낄 때도 많았지만, 기회만 된다면 선배님이랑 다른 작품에서 또 뵙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어요.

카메라 밖에서 최민식 배우님과 나눈 대화도 궁금합니다. 칭찬이나 배우 생활에 대한 조언을 들으신 적이 있나요.

정말 놀랍게도 그런 말씀 안 하세요. 정말 놀랍게도, 선배님이 의외로 현장에서 장난을 되게 많이 치시거든요. 근데 딱 촬영 들어가면 기호님으로 계세요. 그러니까 저한테는 오히려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그리고 진짜 촬영할 때 선배님이 저를 그냥 놀게 해 주셨어요. “네가 해석하는 선우가 맞다”고 얘기해 주셔서, 현장에서는 선배 후배가 아니라 진짜 기호랑 선우로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서 더 발전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한소희 배우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싶나요.

일단 몸이랑 마음이 건강해지는 거, 그게 제가 계속하는 생각이에요. 연기가 예술 카테고리 안에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술적으로 해야 되는 부분들도 있어서, 컨디션 같은 거 잘 조절해서 하고 싶고요. 더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고, 그러려면 제가 가진 색깔이 많아야 하니까, 요즘 저에 대해서 생각을 되게 많이 해요. 옛날엔 주위를 많이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보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요즘엔 저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 같은데,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인턴〉
〈인턴〉

〈인턴〉을 찍으면서,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거나, 깨달은 점이 있다면요.

저도 한때는 진짜 선우처럼 안 먹고 안 자고, 목표 하나 생기면 그것만 보고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그게 나쁜 선택은 아니었는데, 조금 더 저를 돌봐줬으면 좋았겠다 싶어요. 무아지경으로 꿈만 쫓아가기보다 주위도 좀 둘러보고 했으면, 제가 늘 갖고 싶어 했던 여유라는 게 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돼요.

기호는 다소 이상적으로 느껴질 만큼 좋은 어른입니다. 함께 호흡하며 좋은 어른의 자질이 무엇이라고 느끼셨는지, 그리고 스스로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절대 강요하지 않는 것. 자기 삶의 기준점이 있잖아요, 30년을 살았든 60년을 살았든. 근데 그 기준점이 잘못됐다고 강요하면서 조언이랍시고 얘기하는 거, 저는 그건 조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 인생을 존중해 주면서,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려주지만 선택권은 너에게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좋은 사람이 해줄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넌 지금까지 했던 게 다 잘못됐어”보다는, “여태까지도 정말 잘해왔지만 이런 차선책들도 있단다” 하고 제가 못 본 세상이나 시야를 열어주는 거, 그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기호도 선우한테 그랬고요.

한소희 배우(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한소희 배우(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프로젝트 Y〉, 〈폭설〉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최근 필모그래피가 계속 두 배우 중심의 이야기입니다.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본인만의 비결과 강점이 궁금합니다.

저는 제 칭찬을 좀 하자면, 친화력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눈칫밥 먹고 자라서 그런지, 사람 감정을 좀 잘 읽는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선배님한테도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다가갔던 것 같고요. 사실은 이번에 〈인턴〉 찍으면서 느낀 건, 이제는 주인공이라는 게 없어진 시대 같아요. 이제는 주연과 조연이 아니라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하거든요. 선우랑 기호만 있었으면 〈인턴〉이라는 영화는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유진, 민아, 영환, 준형(임성균), 주성(김요한), 윤희(윤상정)까지, 다른 인물들이 다 있었기 때문에 이 둘이 있을 수 있었던 거라서, 다음 작품은 여럿이서 함께하는 작품을 또 찍어보고 싶어요.

지난 간담회에서 〈인턴〉을 “퇴근길에 위로가 되는 영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배우님은 스스로 퇴근길을 어떻게 위로하시나요.

저는 진짜 조용한 상태로 있어요. 차에서 노래도 안 틀어요. 집에서도 음악 들을 시간을 정해놓고 들어요. 음악이 저한테 “나 지금 일하고 있어”라는 느낌을 주나 봐요. 그래서 퇴근할 때는 진짜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듣고, 핸드폰도 안 보고 그냥 가만히 있어요. 이거 진짜 중요한 거예요. 쉴 때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끔 하늘 보세요. 요즘 하늘 진짜 예쁘거든요.

이번 영화는 20~30대 여성 관객이 많이 공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작이 멘토에 대한 관심이 컸다면, 이번엔 여성 리더 캐릭터에 시선이 쏠릴 것 같은데요. 선우를 입체적으로 그리기 위해 고민한 지점과, 실제로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엄격하기만 하면 그건 리더로서의 자질이 충족된다고는 생각 안 해요. 인정할 줄 아는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생각해요. “내가 부족한 거 아는데, 좀 도와줘, 내가 더 잘 해볼게” 이런 거요. 결국 일 잘 해내는 게 좋은 리더일 수도 있지만, 그 일을 잘 해내게끔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리더라고 생각해요.

이번 추석 극장가 경쟁이 치열합니다. 관객들이 〈인턴〉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최민식 선배님이 나와요!(웃음) 그리고 가장 세상 따뜻한 얼굴로, 여태까지 본 적 없었던 최민식 선배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경쟁이라는 느낌보다는, 사실 추석 극장가에 걸린 영화가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인턴〉에는 제 춤이랑 노래가 나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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