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이 은퇴하면 부부가 여유롭게 함께 지낼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출퇴근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일상이 사라지면 집에서 보내는 하루도 달라진다.
아내는 장을 보고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면서도 주변을 맴도는 남편이 신경 쓰이고, 남편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아내가 움직이는 모습만 바라본다. 함께 지내는 시간은 늘었지만 연금이나 보험 안내문을 펼쳐 돈 이야기를 시작하면 분위기가 금세 무거워진다.

1. 남편의 빈 시간을 모두 채우려 하지 않는다
은퇴 후 남편에게 생긴 시간을 아내가 대신 채워줄 필요는 없다. 끼니와 외출 계획은 물론 남편의 기분까지 살피기 시작하면 아내의 일만 늘어나고, 남편은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꾸릴 기회를 잃는다.
아침 산책이나 집안일처럼 작은 일부터 직접 정하고 책임지게 하면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2. 돈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잘못을 따지지 않는다
연금이나 보험 안내문을 받아 들면 부부는 남은 돈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먼저 걱정하게 된다. 이때 과거의 지출을 들추거나 준비가 부족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지면 대화는 곧잘 잘잘못을 가리는 싸움으로 번진다.
앞으로 매달 필요한 생활비와 계속 유지할 항목, 줄여도 괜찮은 항목을 종이 한 장에 적어보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3. 함께 지내더라도 모든 시간을 붙어 있지 않는다
온종일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낼 필요는 없다. 한 사람은 거실에서 쉬고 다른 사람은 동네를 걷는 식으로 잠시라도 각자 보내는 시간이 있어야 다시 나눌 이야기도 생긴다.
서로의 약속과 취미를 존중한다고 해서 관계가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집에서 느끼는 답답함이 상대를 향한 서운함으로 이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4. 은퇴 후의 생활에 맞춰 역할을 다시 나눈다
고려대 심리학부 명예교수 한성열은 나이 듦을 쇠퇴가 아니라 인생이라는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은퇴 후 맡을 역할을 찾기 위해 예전 직함을 억지로 붙들 필요도 없다.
남편은 장 본 물건을 정리하고 저녁 설거지를 맡을 수 있고, 아내는 혼자 쉬거나 친구를 만나는 시간을 지킬 수 있다. 앞으로 무엇을 더 할지만 고민하기보다 내려놓을 부담과 함께 나눌 일을 정하면, 긴 노후도 막막한 공백이 아니라 두 사람이 새롭게 꾸려가는 일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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