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업부 검증 부족 속 대통령실, 임기 내 시추 완료 강력 요구
- 감사원, 용역 평가 절차 위반 및 부실 검증 문제점 지적
- 시추 실패 및 과도한 기대감 조성으로 사업 부실 우려 커져
동해 심해 가스전 ‘대왕고래’ 사업에서 시추 일정이 윤석열 전 대통령 임기 내로 앞당겨지는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가 충분한 검증 없이 사업을 추진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대왕고래의 탐사자원량이 기존 동해 가스전 생산량의 165배에 달한다는 추정 결과가 나왔으나, 실제 시추에서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과가 확인됐다.
감사원은 16일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관련 공익감사청구 결과를 발표하며, 유망성 평가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국가계약법 위반이 있었고, 시추선 용선 용역 발주도 이사회 심의·의결 없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2023년 10월, 해외자문단을 통해 분석 방법의 적절성만 확인한 뒤 용역이 완료되기 전 대왕고래 시추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유망성평가 용역업체는 대왕고래를 포함한 7개 유망구조의 탐사자원량(P50 기준)을 74억 2000만 배럴로 추산했는데, 이는 과거 17년간 동해 가스전 생산량인 4500만 배럴의 165배에 해당했다. 일부 구조는 이전 평가치보다 39.2배 많은 추정량이 산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는 2024년 5월 대통령실에 연말 대왕고래 시추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총 5개 공을 시추하는 일정을 보고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대통령실은 시추 일정을 윤 전 대통령 임기 내인 2027년 5월까지로 앞당길 것을 요구했다. 산업부가 시추공별 평가·분석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대통령실은 안덕근 당시 산업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했다.
이후 안 전 장관은 시추 완료 시점을 2028년 1분기로 단축한 계획을 보고하면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정무적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라며 일정을 다시 짜라고 지시했고, 안 전 장관은 2026년까지 4공을 추가 시추하는 계획을 다시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탐사 성공 가능성이 20% 이내로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대외 홍보 자제를 건의했지만, 대통령실 내부 논의 끝에 대국민 발표가 결정됐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6월 2일, 정책실장으로부터 “내용이 유출되면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들었음에도, 다음날인 6월 3일 직접 대국민 발표를 진행했다. 산업부는 과도한 기대감 조성을 우려해 자원량을 ‘면적’으로 표현하자고 제안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최대 140억 배럴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실제 시추 결과, 2024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진행된 작업에서 가스포화도는 예상치(50~70%)에 크게 못 미치는 6.3%로 나타났고, 확인된 가스도 열적기원 탄화수소가 아닌 생물분해 바이오가스였다. 감사원은 대왕고래의 지질학적 성공 확률이 19.1%로, 2021년 시추에 실패했던 ‘방어 구조’보다도 낮았다고 지적했다.
유망성평가 업체 선정 과정에서는 17개 업체가 관련 경험을 갖고 있었음에도, 석유공사가 별도 시장조사 없이 1차 용역에 4개, 2차 용역에 3개 업체만 임의로 선정했고, 입찰 평가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채 사전 미정 항목을 적용해 경쟁업체를 탈락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또한, 투자리스크위원회와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시추선 용선 용역을 발주한 점도 지적됐다. 의무 시추 기한이 2026년 4월이었으나, 2024년 말 시추를 서두를 필요가 없었으며, 작업 시기를 2025년 6~7월로 조정했다면 용선료 43억 원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한편, 감사원은 대통령의 대국민 발표와 대통령실의 사업 보고 과정 등에 대해 관련 규정이 없어 별도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관련 주식 거래와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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