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떨어진 남자에게 유일한 대화 상대는 파도에 떠밀려 온 배구공 하나였습니다. 그 배구공이 최근 해외 경매에서 30만 8천 달러, 우리 돈 약 3억 6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2000년 개봉한 생존 드라마의 대표작, 캐스트 어웨이 이야기입니다.
시간에 쫓기던 남자, 시간만 남다
주인공 척 놀랜드는 1분 1초를 다투는 국제 특송 회사의 관리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바쁘게 살던 그가 비행기 사고로 아무도 없는 섬에 떨어지면서, 가진 것이라곤 시간뿐인 처지가 됩니다. 문명의 도구가 사라진 자리에서 불을 피우고 물을 구하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집니다. 대사 없이 흘러가는 긴 시간 동안에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다는 점이 이 영화의 힘입니다.

윌슨이라는 이름의 친구
택배 상자에서 나온 배구공에 손자국으로 얼굴을 그려 넣고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장면은 영화사에 남았습니다. 말을 할 상대가 없다는 고독이 사람을 어디까지 데려가는지를 이 소품 하나가 대신 보여 줍니다. 그래서 훗날 이 배구공이 거액에 낙찰됐다는 소식도 팬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경매를 진행한 회사에 따르면 오랜 세월이 지나 공의 붉은 자국도 색이 바랜 상태였다고 합니다.

톰 행크스라는 원맨쇼
영화의 상당 부분은 대사 없이 톰 행크스 혼자 화면을 채웁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촬영을 위해 실제로 체중을 크게 줄이고 수염을 기른 채 시간 간격을 두고 찍은 제작 과정도 유명합니다. 배우 한 사람의 몸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 준 셈입니다. 무인도 장면 촬영을 위해 제작이 한동안 중단됐을 만큼 공을 들인 작품입니다.

백 투 더 퓨처를 만든 감독
연출을 맡은 로버트 저메키스는 백 투 더 퓨처와 포레스트 검프를 만든 할리우드의 거장입니다.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그는, 이 작품에서는 화려한 기교 대신 침묵과 여백으로 승부했습니다. 톰 행크스와 다시 뭉친 조합이라는 점도 개봉 당시 큰 화제였습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며 신뢰를 이어 갔습니다.

돌아온 뒤에 남는 질문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구조된 뒤의 이야기를 끝까지 보여 준다는 점입니다. 살아 돌아왔지만 세상은 그를 기다려 주지 않았고, 주인공은 다시 갈림길 앞에 섭니다. 무엇을 붙잡고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마지막 장면 덕분에, 이 작품은 단순한 생존기를 넘어선 영화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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