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의 인정보다 느린 일상의 습관
사별한 뒤에는 상대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잠시 외출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오래 함께한 사람이 잠깐 자리를 비웠을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올 것만 같다.
이별했다는 사실을 머리로 받아들이는 속도와 오랜 생활 습관이 달라서 생기는 일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성급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다.

오래 이어진 관계는 일상 곳곳에 남아 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떠올리고, 별일이 없어도 문득 전하고 싶은 말이 생긴다. 함께 지낼 때는 몰랐던 습관도 혼자가 된 뒤에야 분명하게 보인다.
상대가 돌아올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오랫동안 일상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이런 익숙함은 마음먹는다고 한꺼번에 사라지지 않는다.
이별을 지우는 대신, ‘나의 하루’를 다시 꾸리기
다만 떠난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데만 매달리면 자신의 일상을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잊어야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억은 간직하면서도 혼자 보내는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지 다시 알아갈 필요가 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했는지,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면 조금이라도 편안해지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는 함께했던 관계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와 별개로 자신의 일상을 다시 꾸려가는 과정이다.
고독 속에서 나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드는 법
문화심리학자이자 작가인 김정운은 현대인의 고독감이 단순히 다른 사람과 단절돼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소통하지 못할 때도 생긴다고 본다.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을 지루하게만 여기지 말고, 자신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시기로 바꾸라고 말한다.
거창한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정이 아니라, 혼자서도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자기만의 리추얼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슬픔은 나누고, 일상은 오롯이 홀로서기
김정운은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혼자 있을 수 있는 자만이 진짜 매력적인 인간이 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사별의 슬픔까지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견디기 벅찰 때는 가까운 사람에게 기대도 된다. 중요한 것은 혼자인 상황을 억지로 좋아하려는지가 아니라, 떠난 사람을 기다리며 보내던 시간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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