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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명절에 빈손으로 왔길래..” 며칠 뒤 통장을 보고 전화를 걸지 못했다

성장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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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흔둘인 나는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아이들이 결혼한 뒤부터 명절이면 서로 부담 갖지 말자고 말하면서도 자식들이 과일 한 상자라도 들고 오면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이번 명절, 딸이 정말 빈손으로 집에 들어왔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솔직히 조금은 서운했다.

사위와 함께 왔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아들은 며느리와 한우 세트를 들고 왔다. 딸은 사위와 아이들만 데리고 들어왔다.
“엄마, 우리 왔어.”
그게 전부였다.
나는 웃으며 들어오라고 했지만 자꾸 아들이 가져온 선물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딸이 뭘 사오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이제는 친정 부모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서운했던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딸에게 나는 괜히 한마디 했다.
“다음부터는 그냥 너희끼리 쉬어. 힘들게 뭐 하러 와.”
딸은 잠깐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엄마, 그래도 와야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며칠 뒤 은행에 갔다가 이상한 입금 내역을 발견했다

명절이 지나고 며칠 뒤 생활비 통장을 정리하다 은행에 들렀다. 통장 내역을 확인하던 중 매달 같은 날짜에 들어오는 돈이 눈에 들어왔다.

30만 원.
처음에는 연금과 관련된 돈인가 싶었다. 그런데 입금자 이름을 자세히 보니 딸 이름이었다.

한 달 전에도 30만 원.
그 전 달에도 30만 원.

통장을 뒤로 넘겨봤다. 그렇게 2년 가까이 매달 같은 돈이 들어와 있었다.

나는 그동안 그 돈이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연금과 생활비가 함께 들어오는 통장이라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 이거 알고 있었어?”
남편은 한참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딸은 선물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계속하고 있었다

남편은 2년 전 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부터 딸이 돈을 보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내가 퇴원한 뒤 딸에게 병원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딸이 아버지에게 말했다고 했다.
“아빠,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 알면 또 돌려줄 거야.”
딸은 처음에는 병원비에 보태라고 돈을 보냈고 그 뒤로도 매달 30만 원씩 보내고 있었다.

“엄마 아빠 병원 갈 때라도 쓰라고 그냥 놔둬.”
명절 선물을 사지 않은 것도 이유가 있었다. 남편이 말했다.

“당신이 지난번에 과일도 다 못 먹고 버렸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아무것도 사지 말라고 내가 그랬어.”
나는 휴대전화를 들고 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런데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명절에 빈손으로 왔다고 서운해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웠다.

딸은 정말 빈손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2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부모의 생활을 챙기고 있었다.

그날 저녁 딸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
“엄마, 명절 음식 남은 거 너무 많이 먹지 마.”
나는 통장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한마디만 했다.
“다음 명절에도 그냥 빈손으로 와.”
딸이 웃으며 물었다.
“갑자기 왜?”

나는 그냥 보고 싶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중년과 노년 부모, 성인 자녀 사이에서 있었던 여러 사연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실화다. 나이가 들수록 자식의 마음을 선물의 크기나 연락 횟수만으로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어떤 자식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이는 선물보다 부모가 모르는 곳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부모에게 가장 큰 선물은 명절날 손에 들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보지 않는 날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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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곰
content@view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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