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분간 펼쳐지는 흑백의 감각적 미학, 30일 스크린서 첫 공개
‘알베르 카뮈’의 세기의 명작 ‘이방인’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라는 압도적인 첫 문장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80여 년 만에 스크린으로 소환한 ‘이방인’에서는 이 전설적인 대사를 과감히 소거했다. 대신 카메라는 주인공 ‘뫼르소’의 침묵과 건조한 육체적 언어를 집요하게 좇으며 원작의 이면을 들춘다.
![영화 '이방인' 속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9/CP-2025-0262/image-b81d39ed-0fe3-4900-9c49-d1129b59bd36.jpeg)
언어를 거세한 자리에 남은 권태와 부조리
어머니의 장례식에서조차 철저한 관찰자에 머물던 ‘뫼르소’(뱅자맹 부아쟁 분)는 이튿날 옛 동료 ‘마리’(레베카 마르데르 분)와 해수욕을 즐기고 희극 영화를 관람한다. 1942년 활자 속에 갇혀 있던 인물이 완벽히 실체화되는 순간이다. 사랑과 결혼을 묻는 연인의 절박한 질문에도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며 일관하는 그의 태도는 서늘하다. 평온할 것 같던 그의 무심한 일상은 이웃 ‘레몽’(피에르 로탱 분)과 얽혀 해변에서 한 아랍인에게 방아쇠를 당기며 파국을 맞이한다.
지워진 존재들의 귀환, 식민지 알제리의 민낯
메가폰을 잡은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가장 예리한 통찰은 원작이 철저히 타자화했던 인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은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이름조차 없던 피해자는 단순한 ‘아랍인’을 넘어선다. 카메라는 그의 가족을 조명하고, 누이에게 ‘제밀라’라는 이름과 발언권을 부여한다. 재판의 쟁점이 살인 자체가 아닌 ‘뫼르소’의 도덕성에 집중되는 부조리 속에서, ‘제밀라’는 망각된 동생의 죽음을 묵도한다. 프랑스인과 아랍인이 철저히 분리된 알제리의 공간적 단절은 ‘이방인’이라는 개인의 실존적 고뇌를 넘어, 제국주의 시대의 폭력적 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입체적 서사로 빚어낸 흑백의 시각적 카타르시스
수동적 연인에 불과했던 ‘마리’의 서사 역시 괄목할 만한 확장을 이뤘다. 그녀는 ‘뫼르소’의 방관적 태도를 질타하고, 자신의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주체적 인물로 재탄생했다. 이 모든 서사는 철저히 흑백의 프레임 안에서 구축된다. 대사를 덜어낸 전반부는 육체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 짓누르는 듯한 알제리의 태양 등 압도적인 시각적 이미지로 채워진다. 특히 살인 씬에서 번들거리는 땀과 거친 숨소리는 “눈부신 햇빛 때문에 방아쇠를 당겼다”는 ‘뫼르소’의 감각적 마비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이시킨다.
감각적이고 육체적인 리듬으로 고전을 재해석한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이방인’은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그 진가를 입증했다. 상영 시간은 122분, 오는 30일 개봉하며 15세 이상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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