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상보다 관객 반응” 24년 만에 은사자상 품은 이창동의 금의환향…23일 극장서 먼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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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24년 만에 기념비적인 쾌거를 이룬 이 감독은 “상보다 관객 반응이 훨씬 중요했다”며 23일 선개봉을 앞둔 소회를 밝혔다.

24년 만에 거머쥔 은사자상, “트로피보다 관객의 시선이 먼저”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은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쥐었다. 이 감독이 해당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은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무려 24년 만의 일이다.
금의환향한 이 감독은 “기쁘고 영광스럽다”면서도 “상 자체보다 이 작품이 처음 세상에 나와 관객과 조우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훨씬 중요했다”고 짚었다.
이어 “결코 쉽고 자극적인 영화가 아님에도, 관객들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메시지를 온전히 느끼고 반응해 주는 것이 표정과 태도에서 전해져 진심으로 다행스럽고 기뻤다”고 회상했다.
자본과 계급 앞에 놓인 두 부부, 엇갈린 삶의 궤적을 묻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그리고 이들의 삶을 피사체로 삼으려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남편 상우(조인성) 등 극명하게 다른 환경에 놓인 두 부부의 서사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간담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각 인물이 ‘돈’과 ‘계급’에 의해 잠식되거나 저항하는 방식을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입을 모았다. 설경구는 해고된 호석 역을 두고 “자아가 완전히 붕괴된 상태에서 수치심, 죄책감, 분노, 열등감 등 복합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쳤을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상우 부부를 대면할 때 느끼는 위축감과 거부감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연극 ‘벚꽃동산’ 해외 공연 일정으로 화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전도연은 “자본과 계급은 한 인간의 가치관을 무너뜨리고 존재 가치마저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존재”라며 “미옥은 그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와 가족을 필사적으로 지켜내려는 강인한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경제적 결핍이 없는 상우와 예지 부부 역시 각자의 은밀한 욕망과 결핍을 품은 다층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조인성은 상우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친절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서늘하고 무서운 독을 품고 있는 인물”이라 평했고, 조여정은 “예지를 통해 충만한 삶이나 인간관계가 결코 경제적 안정감과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씁쓸한 진실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지 않을 방법” 창작자의 서늘한 윤리 의식
이 감독은 약 10여 년 전, 대기업의 대규모 해고 사태와 파업, 그리고 이어진 강제 진압 사건을 목도하며 받은 깊은 충격을 자양분 삼아 ‘가능한 사랑’의 뼈대를 세웠다.
그는 “과연 내가 그들의 아픈 이야기를 정직하게 스크린에 옮길 자격이 있는지, 그들의 삶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한때 프로젝트를 접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시간이 흘러 노동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 자체가 변모하는 시점에,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라는 새로운 시선이 개입되면서 비로소 영화적 서사로 완성할 수 있었다”고 제작 비화를 전했다.
극 중 예지의 렌즈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예술의 재료로 차용하는 행위에 대한 날 선 성찰도 담아냈다. 이 감독은 “그들의 고통을 단순한 소비재나 작가의 재료로 전락시키지 않고 오롯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는 평생을 관통해 온 화두이자, 여전히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한 숙제”라며 “영화를 창작하는 자로서의 ‘윤리적 문제’와 ‘태도’를 관객과 함께 치열하게 논의해 보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 중반부, 해고 노동자 가족들이 참여하는 심리치료 과정이 롱테이크에 가깝게 길게 묘사된 것 역시 이러한 고뇌의 산물이다. 이 감독은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날것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절대 타협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요소였다”고 단언했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23일 일부 극장에서 선개봉해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첫인사를 나누며,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이 감독은 “영화라는 매체가 물리적으로 완성될지언정, 그 생명력을 부여하고 진정으로 완성하는 주체는 결국 관객”이라며 “이 작품이 관객과 조우하며 더욱 힘 있고 의미 있는 담론으로 살아 숨 쉬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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