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사전에 여러 차례 만나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실행 방안을 논의했던 사실이 재판부에서 인정됐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계엄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메모를 남기고, 정치인 체포조와 부정선거 수사단 운영 등 내란 실행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이현경)는 2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여 전 사령관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는 징역 15년,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2년,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는 각각 징역 10년과 9년이 내려졌다. 이들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재판부는 이들 5명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해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주요 정치인 체포 및 선관위 서버 탈취 등 내란 실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점이 인정됐다. 특히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국가세력 합동체포조’를 편성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 10여 명을 체포하려 한 혐의, 그리고 선관위 서버 확보를 부하에게 지시하고도 이를 부인한 위증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됐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계엄 당일 국회에 직접 출동해 현장에서 지휘하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드러났다.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은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경찰청장에게 국회 출입 차단을 요청해 국회 봉쇄를 초래한 것으로 판단됐지만, 계엄 사전 모의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특전사 병력의 무기 사용을 금지해 피해를 줄인 점이 참작됐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경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상 규명에 협조한 점이 감형에 반영됐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선관위 직원 체포와 서버 확보를 준비하고 정보사 병력을 투입해 청사를 점거한 혐의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인의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리고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했다”며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가 결합해 폭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기능을 소멸시키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선고로 보석 상태였던 이진우, 박안수, 곽종근 전 사령관의 보석이 취소돼 이들은 다시 구금됐다. 내란특별검사팀은 선고 직후 “피고인별 형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도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구형량보다 낮은 형이 선고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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