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는 대학이 도시보다 먼저 유명해진 곳들이 있습니다. 캠퍼스와 시내가 딱히 구분되지 않고,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백 년 전 강의실 건물과 마주치는 곳들인데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들이 자리한 유럽 대학 도시 네 곳을 모아봤습니다.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
세계 최초의 대학

볼로냐 대학교는 1088년 설립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입니다. 모든 학문이 퍼져나간 곳이라는 뜻의 교훈 알마 마테르 스투디오룸을 쓸 만큼 자부심이 대단한데, 유니버시티라는 단어 자체가 이곳에서 처음 쓰였다는 게 특징입니다.
초창기엔 교수가 각 학생에게 직접 수업료를 받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됐고, 단테와 코페르니쿠스, 라파엘로 같은 이름이 이 학교를 거쳐 갔습니다. 지금도 학생 수가 7만 명이 넘는 실제 운영 중인 대학이라, 도시 골목마다 자전거 탄 학생들과 오래된 회랑이 뒤섞인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분쟁으로 갈라져 케임브리지를 낳다

옥스퍼드 대학교는 1096년경 볼로냐 모델을 본떠 설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입니다. 흥미로운 건 1209년 이 대학 학자들과 지역 주민 사이 분쟁이 벌어지면서 일부 학자들이 아예 도시를 떠나 케임브리지로 이주했고, 그 결과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탄생했다는 점입니다.
뉴턴, 다윈, 스티븐 호킹 같은 인물들이 두 대학을 거쳐 갔는데, 지금도 도시 곳곳의 칼리지 건물들이 실제 기숙사이자 강의실로 쓰이고 있어 관광객이 학생들 틈에 섞여 걷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프랑스 파리 대학교
지금은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유럽 대학 도시의 파리 대학교는 1150년에서 1250년 사이 공식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신학부가 특히 유명해 유럽 전역에서 학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13세기엔 로마 교황과 프랑스 국왕으로부터 자치권까지 얻어낼 만큼 세력이 컸는데, 1970년 조직이 여러 개 대학으로 재편되면서 지금의 파리 대학교는 하나가 아닌 여러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라틴 지구라 불리는 파리 5구 일대를 걸으면, 이 오랜 학문 전통의 흔적을 골목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스페인 살라망카 대학교
콜럼버스를 설득한 곳

살라망카 대학교는 1218년 알폰소 9세가 설립한,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입니다. 흥미로운 일화가 있는데, 콜럼버스가 신대륙 항해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 대학의 지리학 위원회를 직접 설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도시 전체가 198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성당 탑에 올라가면 이 유서 깊은 대학 도시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같은 유럽 대학 도시라도 저마다 결정적인 순간과 인물들이 다릅니다. 화려한 관광지 대신, 수백 년째 실제로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이런 살아있는 역사 현장을 걸어보는 것도 유럽 여행의 색다른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