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 5위였는데 중국 3관왕을 막았다고?” 17세 황서현, 마지막 착지 버티고 ‘40년 기다린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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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 평균대 경기를 보면 괜히 숨을 참게 됩니다.
넓은 바닥에서도 어려울 것 같은 동작을 폭 10㎝ 기구 위에서 해내니까요. 뛰고, 돌고, 다시 내려서는 순간까지 어느 장면 하나 마음을 놓기 어렵습니다.
그 평균대에서 오늘 한국 선수의 금메달이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17세 황서현입니다.
그런데 이 금메달, 결선 시작 전부터 당연히 예상됐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황서현의 예선 순위는 5위였습니다. 결선에서는 중국의 강자를 0.134점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고요.
한국 여자 체조가 아시안게임 평균대 금메달을 다시 품기까지 걸린 시간은 40년입니다.
예선 5위 황서현, 결선에서는 점수가 달라졌다.
황서현은 25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평균대 결선에서 14.700점을 받았습니다.
예선 점수 13.966점보다 0.734점 높았습니다. 난도 점수 6.600점, 연기 점수 8.100점을 합친 결과였는데요. 결선에 오른 8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였습니다.
이 숫자가 더 짜릿한 이유는 상대에 있습니다.
은메달을 딴 중국의 추치위안은 14.566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미 이번 대회 단체전과 이단평행봉에서 우승해 평균대 3관왕에 도전하던 선수였죠. 하지만 황서현이 0.134점 앞섰습니다. 동메달은 14.300점을 기록한 일본의 오카무라 마나에게 돌아갔습니다.
마지막 착지에서 한 발이 밀렸다…금메달이 더 아찔했던 이유
황서현은 결선에서 일곱 번째로 연기했습니다.
공중 돌기와 회전 동작을 이어가며 큰 흔들림 없이 평균대 위를 지켰는데, 마지막 착지에서 한 발이 뒤로 밀렸습니다.
체조를 잘 모르는 사람도 그 순간에는 ‘괜찮을까?’ 싶었을 겁니다. 황서현은 넘어지지 않았고 끝까지 중심을 잡았습니다. 높은 난도 점수가 뒷받침되면서 최종 14.700점이 나왔습니다.
평균대는 폭이 10㎝입니다. 그 좁은 곳에서 연기를 마치고 내려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경기입니다.
황서현도 대회 전 한 번의 실수가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종목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내리기 실수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이번 착지가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입니다. 마지막까지 버텼고, 이번에는 금메달을 가져왔으니까요.
40년 전 서선앵 이후 처음…이 기록이 얼마나 오랜만이냐면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여자 평균대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86년 서울 대회의 서선앵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에는 한경임도 동메달을 땄는데요. 이후 한국 여자 체조 선수는 아시안게임 평균대 시상대에 다시 오르지 못했습니다.
황서현이 오늘 바꾼 기록은 그래서 두 가지입니다.
한국 선수의 여자 평균대 금메달, 40년 만.
한국 선수의 여자 평균대 메달, 40년 만.
17세 선수가 첫 아시안게임에서 이 긴 공백을 끝냈습니다.
그런데 황서현, 갑자기 등장한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이번 금메달이 깜짝 결과인 것은 맞지만, 황서현이 아무런 예고 없이 등장한 선수는 아닙니다.
지난해 제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이미 시니어 여자 평균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당시 일본의 스기하라 아이코와 중국의 저우야친을 제쳤어요.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따면서 국제대회 메달 경험을 더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평균대 우승을 쌓았고, 올해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첫 아시안게임에 왔습니다.
흐름을 따라가 보면 이렇습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올해 아시아선수권 동메달. 그리고 오늘 아시안게임 금메달.
예선 5위에서 결선 우승으로 뛰어오른 순간은 놀랍지만, 그 점수를 낼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해 온 시간도 있었습니다.
‘작은 키가 속상하다’던 선수…평균대 위에서는 자기 강점으로
황서현은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작은 키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속상할 때도 있지만 평균대 위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면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식 프로필에 적힌 키는 133.8㎝입니다.
하지만 오늘 금메달을 단순히 신체 조건 덕분이라고만 말하면 중요한 걸 놓치게 됩니다.
황서현은 국내에서도 높은 난도의 평균대 기술을 구사해 온 선수입니다. 훈련 중 기술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영상을 다시 보며 원인을 찾는다고도 했습니다. 결선에서 6.600점의 난도 점수를 받기까지 쌓은 시간이 있었던 거죠.
작은 체구가 먼저 눈에 띌 수는 있습니다. 오늘 결과를 만든 것은 그 몸으로 좁은 평균대 위에 올라, 어려운 동작을 끝까지 수행한 실력이었습니다.
단체전은 4위…그 아쉬움을 개인전 금메달로 바꿨다.
한국 여자 체조 대표팀은 앞서 단체전을 4위로 마쳤습니다. 황서현도 팀의 일원으로 출전했지만 단체 메달은 얻지 못했어요.
그 뒤 대표팀에 반가운 결과가 이어졌습니다.
24일 여서정이 도마에서 금메달을 땄고, 하루 뒤인 25일 황서현이 평균대에서 정상에 올랐습니다. 한국 기계체조의 이번 대회 금메달이 두 개가 된 겁니다.
여서정은 이미 올림픽 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경험이 있는 간판선수입니다. 황서현은 이제 첫 아시안게임을 치른 17세 선수고요. 대표팀의 두 금메달이 서로 다른 종목, 서로 다른 세대에게서 하루 간격으로 나왔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제2의 누구”보다 자기 이름…황서현의 다음 목표는
황서현은 과거 인터뷰에서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도 평균대 메달을 따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유명 선수의 뒤를 따르기보다 ‘황서현’이라는 자기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습니다.
아시안게임 우승이 곧바로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 성적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세계 무대에서는 더 많은 강자와 겨뤄야 하니까요.
그래도 오늘 확인한 건 분명합니다.
예선 5위로 결선에 올라온 17세가, 이미 금메달 두 개를 딴 중국 선수를 앞섰습니다. 마지막 착지에서 한 발이 밀렸지만 끝내 균형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986년 이후 멈춰 있던 한국 여자 평균대의 금메달 시계를 다시 움직였습니다.
오늘 황서현의 이름을 처음 기억한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다음 세계 무대에서도 그 이름을 보게 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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