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12승 투수는 3회에 내려갔는데…” SSG 아빌라는 9회에도 158㎞, 선발 맞대결의 잔혹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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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기다린 시간은 7회 이후였습니다.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은 SSG 선발 페드로 아빌라의 구위가 좋은 만큼 초반에는 잘 막고,
7·8·9회에 승부를 보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7회가 시작됐을 때 LG 선발 앤더스 톨허스트는 이미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였습니다.
LG가 기다리던 후반이 왔는데도, 마운드에는 여전히 아빌라가 서 있었어요.
8회에도 아빌라, 9회에도 아빌라였습니다.
2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SSG는 LG를 7-1로 꺾었습니다.
톨허스트는 3이닝 4실점으로 물러났고, 아빌라는 104구로 9이닝을 끝까지 책임졌습니다.
한쪽은 3회에 경기를 마쳤고, 한쪽은 9회에도 시속 158㎞를 던졌습니다.
그 차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따라가 보면,
단순히 아빌라가 잘 던졌다는 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기였습니다.
LG는 아빌라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후반을 기다렸죠
LG가 아빌라를 처음 상대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지난 8월 16일 맞대결에서 아빌라는 LG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LG는 안타 4개와 볼넷 2개를 얻었지만 그가 던지는 동안 한 점도 뽑지 못했어요.
이미 한 차례 막혀봤기에 경기 전 구상도 분명했습니다.
허스트가 아빌라와 비슷하게 버텨준다면, 선발이 내려간 뒤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날은 첫 회부터 그 구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첫 타자 2루타, 폭투 두 번…LG의 1회는 너무 길었습니다.
1회말 SSG 선두타자 박성한이 우중간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쳤습니다.
톨허스트의 폭투로 박성한이 3루까지 갔고,
최지훈이 좌익선상 적시 2루타를 때려 선취점을 냈습니다.
여기까지는 장타 두 개로 내준 한 점이었습니다.
LG에 더 아픈 장면은 그다음에 나왔습니다.
1사 2루에서 톨허스트가 또 폭투를 던졌습니다. 최지훈이 3루로 향했고,
포수 이주헌의 송구가 외야로 빠지면서 홈까지 들어왔어요.
두 번째 점수는 톨허스트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점수판에는 똑같이 한 점이 올라갑니다.
선발이 초반을 버텨야 후반 승부가 가능했는데,
LG는 첫 회부터 안타에 폭투와 송구 실책까지 겹치며 0-2로 끌려갔습니다.
그런데 톨허스트, 원래 3회에 내려오는 투수는 아닙니다.
톨허스트는 이날 경기 전까지 12승을 거뒀습니다.
앞서 SSG를 상대로도 6이닝 무실점 승리를 챙겼고요.
그러니 이번 한 경기만 보고 시즌 내내 부진했던 투수처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최근 두 번의 등판을 보면 LG가 신경 쓰일 만합니다.
지난 24일 롯데전에서는 4⅔이닝 동안 안타 11개를 맞고 5실점했습니다.
닷새 뒤 SSG전에서는 3이닝 만에 내려왔죠.
두 경기 연속 5회를 채우지 못한 겁니다.
경기 전 LG가 바랐던 건 아빌라와 대등하게 버텨줄 12승 선발이었습니다.
실제 경기는 4회부터 불펜에 맡겨야 했습니다.
승수가 많았던 만큼 이번 조기 강판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LG도 아빌라를 때렸어요. 그런데 홈런 뒤가 문제였습니다.
4회초 LG에 반격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박해민이 아빌라의 초구 투심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습니다.
4-1. 그날 LG의 첫 득점이었습니다.
홈런 한 방으로 끝나지도 않았어요.
1사 후 문보경과 오지환이 연속 안타를 쳐 1·2루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이때 한 점을 더 냈다면 아빌라를 조금 더 일찍 압박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송찬의는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고, 문정빈은 삼진을 당했습니다.
결국 홈런으로 만든 한 점이 LG의 마지막 득점이 됐습니다.
SSG도 무사 만루를 날릴 뻔했는데, 박성한은 달랐습니다.
LG가 기회를 놓친 바로 다음 공격,
SSG는 김재환·이지영·김정민의 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안상현의 타구가 홈과 1루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됐습니다.
순식간에 2사 2·3루. LG가 최소 실점으로 위기를 넘길 가능성이 생긴 순간이었죠.
그때 박성한이 우전 적시타를 쳤습니다.
주자 두 명이 모두 들어왔고 점수는 6-1로 벌어졌습니다.
두 팀 모두 4회에 추가점을 낼 기회가 있었습니다.
LG는 홈런 뒤 만든 1·2루에서 멈췄고, SSG는 무사 만루에서 병살타가 나온 뒤에도 적시타를 쳤습니다.
같은 이닝에 나온 이 차이가 후반 승부의 여지를 크게 줄였습니다.
아빌라는 매 이닝 완벽했던 게 아닙니다. 대신 위기를 짧게 끝냈어요.
아빌라의 피안타는 8개였습니다.
박해민에게 홈런도 맞았고,
4회와 8회에는 LG 타자들이 연속 안타를 쳤습니다.
타자들을 모두 범타로 처리한 경기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주자가 나간 다음이 달랐습니다.
5회에는 선두타자 박동원이 안타를 쳤지만,
신민재를 땅볼로 잡은 뒤 홍창기의 병살타를 유도했습니다.
7회 2사 1·2루에서는 LG가 내보낸 대타 천성호를 포수 앞 땅볼로 처리했고요.
안타 한 개를 맞을 때마다 긴 위기가 이어졌다면 9회까지 던지기 어려웠을 겁니다.
아빌라는 출루를 허용하고도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내며 투구 수를 관리했습니다.
LG가 기다린 8회, 마지막 기회는 병살타로 사라졌습니다.
8회초, LG는 다시 기회를 잡았습니다.
1사 후 박해민이 안타를 쳤고, 오스틴 딘도 뒤이어 안타를 보탰습니다.
타석에는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돌아온 문보경이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문보경의 타구가 병살타가 됐습니다.
주자 두 명이 나갔지만 점수는 없었습니다.
앞서 4회에도 연속 안타 뒤에 득점하지 못했던 LG입니다.
8안타를 기록하고도 박해민의 솔로 홈런으로 얻은 한 점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 장면들에 담겨 있습니다.
8회까지 아빌라의 투구 수는 91개였습니다.
그리고 9회, LG가 경기 전 승부를 걸겠다고 했던 마지막 이닝에도 아빌라가 올라왔습니다.
9회에는 시속 158㎞…마지막 두 타자도 직접 잡았다.
아빌라는 대타 이재원을 상대하며 시속 158㎞의 공을 던졌습니다.
이재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문성주를 2루수 땅볼로 처리했습니다.
마지막 타자 문정빈도 삼진이었습니다.
아빌라의 최종 기록은 9이닝 104구 8피안타 1실점 완투승.
9회에 불펜투수가 올라오기를 기다렸을 LG 타선 앞에서,
아빌라는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직접 잡았습니다.
힘으로만 밀어붙인 것도 아닙니다.
이날 투심 패스트볼을 42개 던졌고, 커터 26개와 체인지업 21개, 커브 13개를 섞었습니다.
빠른 공을 의식하게 만든 뒤 다른 구종으로 타이밍을 흔들었고,
마지막 이닝에도 강한 공을 남겨뒀습니다.
한 달에 두 번 혼자 끝냈다…SSG가 얻은 건 1승 이상입니다.
아빌라는 지난 4일 두산전에서 9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습니다.
이번에는 LG를 상대로 9이닝 1실점.
9월에만 두 차례 경기를 끝까지 책임졌습니다.
시즌 도중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합류한 선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눈에 띄는 결과입니다.
SSG 타선도 선발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1회에는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고, 3회에는 연속 홈런을 쳤습니다.
4회에는 병살타 뒤에도 박성한이 적시타를 날렸고,
7회에는 고명준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했습니다.
아빌라가 버티는 동안 점수 차를 벌릴 장면마다 타선이 움직인 경기였습니다.
SSG는 2연패를 끊었고, LG는 3연패에 빠졌습니다.
같은 날 KIA도 패해 LG와 KIA의 격차는 2경기로 유지됐지만, LG로서는 달아날 수 있었던 하루를 놓쳤습니다.
LG가 기다린 후반은 왔습니다. 바뀐 건 없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가장 씁쓸한 건 LG가 아빌라의 위험성을 모르고 당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지난달 맞대결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막혔습니다.
그래서 톨허스트가 버텨주면 후반에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톨허스트는 3회에 내려갔고,
LG는 4회와 8회의 연속 안타를 추가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아빌라는 9회에도 시속 158㎞를 던졌습니다.
LG가 기다린 7·8·9회는 분명 왔습니다.
그 세 이닝을 끝까지 지킨 투수가 아빌라였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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