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초반 북한에서 김정일의 주도로 제작된 다부작 영화 ‘민족과 운명’은 박정희, 이승만, 전두환, 김재규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인물들을 등장시켜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데 활용된 바 있다. 이 작품과 유사한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최근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문세광의 단독 범행이라는 당시 수사당국의 발표와 달리, 박정희 정권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기획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정황과 총탄 출처에 대한 의문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로 인해 정치권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영화가 실제 사건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탈북민 출신 유튜버 한송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한송이tv’를 통해 영화 ‘암살자(들)’을 본 소감을 전했다. 한송이는 “이번 영화를 보니 북한의 대표적인 선전 영화인 ‘민족과 운명’에서 나왔던 내용과 너무나 똑같아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며, 자신이 북한에서 접했던 영화와 거의 동일한 스토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민족과 운명’을 통해 선전용으로 배웠는데, 대한민국에 오니 너무 다른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에 정착한 뒤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당시 상황을 찾아보고, 암살범이 일본 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며 북한 당국이 사주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한송이는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영화의 메시지와 스토리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표했다. 그는 “배우분들이 너무 열연해서 보기엔 좋았다”고 언급하면서도, “이건 좀 아니다 싶었던 건 영화 스토리가 너무 왜곡됐다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하지만, 역사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이들에게는 답이 없다”며, “내 돈과 시간을 쓰며 본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최악의 영화였다. 역사 왜곡 영화는 대한민국에서 퇴출돼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영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측은 ‘암살자(들)’이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은 작품 속 가설이나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한 것이 아니며,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두고 제작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기존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편,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에 대해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광복절 연설 중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했으나 미수에 그쳤고, 대신 박 전 대통령 옆에 있던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문세광은 그해 12월 20일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허진호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 ‘행복'(2007), ‘덕혜옹주'(2016) 등 굵직한 작품을 연출해온 인물로, 이번 ‘암살자(들)’에서는 연출관과 메시지를 둘러싸고 논란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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