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나라의 왕이 마이크 앞에서 말을 잇지 못합니다. 전쟁을 앞둔 국민에게 연설을 해야 하는데, 첫 문장부터 막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왕이 되고 싶지 않았던 왕
작품은 ‘킹스 스피치’입니다. 주인공은 영국 왕 조지 6세로, 어린 시절부터 말을 더듬는 증상 때문에 공식 석상을 두려워했던 인물입니다. 형이 왕위를 내려놓으면서 예상치 못하게 왕좌에 오르게 된 그는, 국민 앞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자리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영화는 그가 괴짜 언어 치료사를 만나 말하기를 다시 배우는 과정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따라갑니다. 왕실 이야기지만 결국 한 사람이 두려움을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제83회 아카데미 4관왕
2011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까지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그해 시상식의 실질적인 승자였다는 평가가 나왔고, 여우주연상을 받은 나탈리 포트먼의 작품과 함께 시상식 직후 가장 많이 언급된 영화가 됐습니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남녀 조연상, 각본상 등 5관왕에 올랐습니다.

콜린 퍼스의 생애 첫 오스카
조지 6세를 연기한 배우는 콜린 퍼스였습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말을 더듬는 연기는 자칫 과장으로 흐르기 쉬운데, 그는 문장을 시작하지 못하는 순간의 숨소리와 눈빛까지 붙잡아 몰입도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연출은 톰 후퍼 감독이 맡았고, 왕실의 화려함보다 인물의 표정과 공간의 답답함을 강조한 화면 구성이 특징으로 꼽혔습니다.

국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2위
국내 개봉은 수상 직후인 2011년 3월 17일이었습니다. 시상식 소식이 먼저 전해진 뒤 개봉한 덕분에 아카데미 후광 효과를 톡톡히 봤고,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유료 시사회를 포함해 누적 관객 5만 4천여 명을 모았습니다. 당시 극장가는 시상식 수상작들이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하며 이른바 아카데미 특수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감동과 웃음을 같이 남긴 작품
이 영화가 오래 회자되는 이유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왕과 치료사가 신분 차이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은 유쾌하고, 그 과정을 거쳐 마지막 연설에 도달할 때의 울림은 더 커집니다. 누군가 앞에서 말하는 일이 두려운 사람이라면 특히 오래 남을 작품입니다. 지금은 여러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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