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무대를 지켜온 가수가 어느 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을 더는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정화는 2010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뒤 후유증으로 성대 기능에 큰 문제를 겪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노래하기 힘든 시기를 맞닥뜨린 그녀는 평생 쌓아온 정체성이 흔들리는 거대한 벽 앞에 서야 했다.

감당하기 힘든 단정과 며칠간의 눈물
수술 이후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기 위해 보컬 트레이닝을 받던 엄정화는 앞으로 노래를 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도레미파’조차 제대로 내기 힘들었던 당시의 상태는 그녀에게 인생이 끝난 것 같은 절망을 안겼다.
자신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던 노래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며칠 동안 멈추지 않고 울었다. 자신이 해온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부정당하는 듯한 실의의 순간이었다.
다시 낼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의 발견
하지만 그녀는 그 절망에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지 않았다. 성대 전문의를 찾아간 엄정화는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으며 충분히 다시 노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완전히 다쳐버렸다고 생각했던 목소리에 희망의 기회가 다시 열리는 순간이었다. 더는 안 된다는 단정 대신 가능성을 이야기해 주는 이의 말을 잡고, 그녀는 다시 소리를 만드는 재활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멈추지 않는 재활이 만든 다시 선 무대
가장 기본이 되는 음계를 다시 내는 일조차 쉽지 않았지만, 엄정화는 포기하지 않고 성대 재활을 이어갔다. 소리가 힘없이 흩어지던 시기를 지나 매일 정직하게 목을 가다듬은 끝에, 그녀는 마침내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고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수술 후유증이라는 커다란 장애물 앞에서도 놓지 않았던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닫혀 있던 무대의 문을 다시 연 것이다.
나를 규정하는 한계를 뛰어넘는 기준
살다 보면 주변의 단정이나 예기치 못한 시련이 찾아와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엄정화가 보여준 태도는 타인의 단정에 스스로의 한계를 닫지 않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작고 정직한 가능성에 매달려 재활을 이어가는 집요함이었다.
삶의 시련 앞에서 우리는 쉽게 포기라는 결론을 내리기 쉽지만, 끝까지 가능성을 찾아 발을 내딛는 선택이야말로 무너진 일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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