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제사에 큰형님이 빈손으로 오길래..” 한마디 하려다 그 사연에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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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 제삿날이었습니다. 저는 아침부터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늦게 도착한 큰형님은 정말 빈손이었습니다. 과일 한 봉지도 없었고 음식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순간 속에서 서운함이 올라왔습니다.

사실 작년부터 쌓인 게 있었습니다
작년 제사 때도 큰형님은 늦게 왔습니다. 몸이 좋지 않다며 음식 준비도 거의 돕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아픈 사람에게 뭐라고 하기도 그래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올해까지 빈손으로 들어오니 저도 모르게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맏며느리인데 너무한 거 아닌가.’
큰형님은 미안한 표정으로 “많이 힘들었지?”라고 했습니다. 저는 애써 웃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제사가 끝나면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저를 따로 불렀습니다
저녁 준비를 하던 중 남편이 주방으로 들어와 조용히 말했습니다. “형수한테 아무 말 하지 마. 형이 요즘 많이 아프대.”
알고 보니 아주버님은 몇 달 전부터 병원 검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큰형님은 병원비 때문에 하던 일을 늘렸고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아주버님을 데리고 병원을 다녔다고 했습니다.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시어머니에게도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제야 큰형님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져 있었습니다.

빈손인 줄 알았는데 이미 다른 것을 들고 왔습니다
제사가 끝난 뒤 큰형님이 시어머니 방에 한참 들어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어머니가 제게 봉투 하나를 보여주셨습니다. “큰애가 병원 다니느라 힘들 텐데 이것까지 주고 갔네.”
봉투에는 제사 비용에 보태라며 20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큰형님은 음식 하나 사 올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장을 볼 시간조차 제대로 없었던 겁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준비하지 못한 것이 미안해 따로 돈을 챙겨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몇 시간 전 큰형님에게 하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날부터 사람의 빈손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됐습니다
집에 돌아가기 전 큰형님에게 물었습니다. “형님, 많이 힘드시죠?” 그러자 큰형님은 잠깐 웃더니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제 손을 잡으며 오늘 혼자 준비하느라 고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알았습니다. 사람은 손에 무엇을 들고 왔는지만 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정을 짊어지고 왔는지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가족일수록 기대가 있기 때문에 작은 행동에도 더 쉽게 서운해집니다. 하지만 내가 무성의하다고 생각했던 행동 뒤에 상대가 차마 말하지 못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빈손으로 온 사람이라고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은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두 손에는 보이지 않아도 그 사람의 마음에는 우리가 모르는 무거운 사정이 들려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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