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는 독립했지만 손주를 돌보는 일정과 자녀의 부탁은 여전히 부부의 일상에 자리를 잡고 있다.
손주를 안은 채 일어설 때마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도 힘들다는 말은 좀처럼 꺼내지 못한다. 오랫동안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챙겨온 사람에게는 쉬는 것보다 내 시간과 내 몫을 요구하는 일이 더 어렵다.

3위 부탁을 들어주는 횟수로 사랑을 증명하지 않는다
손주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거절하면 가족을 덜 사랑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부탁을 몇 번 들어줬는지가 가족을 아끼는 마음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몸이 좋지 않은 날에는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손주를 돌볼 수 있는 날짜도 부부가 먼저 상의해 정해야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2위 부부가 보낼 시간을 미리 비워두지 않는다
자녀가 독립한 뒤에도 부부의 달력에는 자녀와 손주의 일정이 먼저 들어가기 쉽다. 은퇴하면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당장의 약속과 휴식은 계속 뒷순위로 밀린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저녁 산책을 하는 시간, 각자 친구를 만나는 날, 별다른 일정 없이 쉬는 시간도 가족의 부탁만큼 먼저 챙겨야 할 일상이다.
1위 내 몫을 말하기 위해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가족을 위해 참고 버티는 데 익숙한 사람은 힘들 때조차 자신의 요구가 지나친 것은 아닌지 먼저 의심한다.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 전한 “네 잘못이 아니야. 그동안 버텨내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는 말은 그동안 외면했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힘들다는 감정을 인정한다고 해서 가족을 밀어내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허리가 아파 손주를 돌보기 어렵다거나 이번 주에는 부부끼리 시간을 보내겠다고 분명히 말하는 데서 건강한 경계가 생긴다. 내 사정과 필요를 솔직히 말해야 가족의 요구도 원망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
집에 돌아오면 현관에 들어서기도 전에 다음 손주 돌봄 일정을 묻는 연락이 와 있을지 모른다. 바로 답하지 말고 부부가 식탁에 마주 앉아 서로의 몸 상태와 이번 주 계획부터 확인한다. 다음번에 손주를 안고 일어날 때는 허리에 예전보다 더 많은 힘이 든다는 사실도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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